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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교육 사업

코로나19가 나의 이름을 불렀을때 나는...

코로나19가 나의 이름을 불렀을때 나는...



.....Zoom에게로 가서 비대면세미나 담당자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이제 두런두런에서 2년차(!)인 활동가 나혜선입니다. 다들 안전한 하루를 보내셨나요


인사를 드리면서도 새삼스럽게 안전이 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늘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서, 지금처럼 서로 만남을 줄이는 시기가 낯설어요


아마도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던 ODA 젠더전문가 세미나(이하 전문가세미나)가 비대면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결정이 났을 때에 더 막막했던 것 같아요.

 


두런두런 회의실에서(여러분 저희 회의실이 생겼어요!) 처음 전문가세미나 기획회의를 진행하던 날에 저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어요. 전문위원 선생님들이 3시간 넘게 토의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조정하시는걸 보면서는 아,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서 만들어가는 세미나이니만큼, 어깨너머로 들으면서 배우는 것도 많겠구나 싶었고요


지금은.... 그때의 저에게 속삭여주고 싶어지네요

얘야 네가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세미나는 전부 비대면으로 진행될 거야

어떻게 하냐고? 몰라. 하지만 니가 할 거야.

동생들, 사촌들이 온라인 개강 할 때 어이고 21세기 멋지네 하고 웃었지

그만 놀리렴 그거 니얘기야(...)

 


...? 내 얘기야....?

 


먼저 실무팀이 이 초유의 비대면 세미나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를 했어요. 

대충 이런 이야기가 오갔죠.



그래서 줌이 뭐고 웨비나가 뭐야? 

두개가 어떻게 달라? 

화상회의를 하면 다 따로 있어야 해? 

그럼 오고싶은 사람은 오고 그걸 찍어서 생중계 하는건 못하는거야? 

같은 공간에 모여서 각자 컴퓨터 두고 참여하는 방식은 왜 안되는거야? 

발제자랑 사회자가 그래도 만나야 매끄럽게 진행이 되지 않겠어? 

다 따로 있으면 우리가 어떻게 운영을 하는거지? 

그래서 줌이랑 웨비나가 어떻게 다른거라고? (...) 

게 너무 캐주얼하지는 않지만 너무 포멀하지도 않아야 하는데 가능할까?

그 있잖아, 모두가 편안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사적인 느낌은 아닌 그거.....

집중은 또 되어야하니까.....



결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회자와 발제자는 한 화면에 잡히면 좋겠고, 

참석자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줌회의에 참석한다. 

담당자는 두사람이 한 화면에, 두사람의 목소리가 한 컴퓨터에서 송출될수 있게 하라!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그건.... 저도 잘 모르지만.....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보고 생각하죠 뭐



첫 단계. 집에 있는 장비를 다 털어본다.


우선 남동생이 가지고 있는 장비를 몽땅 털어왔어요. 동생이 취미로 친구들이랑 노래하는걸 녹음한다고 할 때에는 요즘애들은 참 신기하게 노는구나 했는데 제가 그 덕을 보게 될 줄은 몰랐죠.... 


하지만 남동생도 자기가 쓰는 방식으로만 써서 이 장비로 제가 원하는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한 컴퓨터로'를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어요



기계 주인인 자문위원 1, 남동생. (전기공학과 졸업반, 결론:그건 안해봄) 




어쨋든 기계와 기계 사이를 맞는 케이블로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거 아니겠어? 하는 무식해서 용감한 생각으로,

 인터넷에서 마이크와 컴퓨터 사이에 대강 어떤 연결고리들이 필요한지 검색했어요. 

그 과정에서 취미로 오디오를 코딩하는 아빠에게 도움을 받았죠. 

아빠가 가지고 있는 부품들을 빌려오기도 하고, 어느정도 수준의 비품을 사야하는 것인지 여쭈어보기도 하면서요.



아빠의 조언의 큰 골자는 이거였어요. 결국은 이거 저거 다 실험해봐야 해결할 수 있는거다. 

모든 것이 시행착오가 필요하니 물건을 잘못 사는 것은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재정이...)



자문위원 2, 아빠(오디오 만드는게 취미, 결론: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렇게 집에 있는 장비 일부, 새로 산 장비 일부로 실험을 해 봤죠.



결과는 실패.



마이크도 멀쩡하고 연결 부품도 멀쩡하고 중간 기계도 멀쩡하고 노트북도 멀쩡한데 대체 왜 한 컴퓨터로 동시에 소리가 안들어가는거야! (오열)


열 번 찍어서 안넘어가는 나무는 없다지만, 저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3일. 


열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요.


이쯤 되니 신속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두 번째 단계. 용산 전자상가, '방문상담 환영'을 찾아간다.


온라인 마켓을 뒤져서 방문상담 환영이라는 문구를 적어둔 판매자를 찾았어요. 

국내 케이블 부품 전문! 각종 케이블! 각종 변환젠더! 

몽땅 다 모아놓고 파는 분이니 내가 산 부품과 비품이 뭐가 문제인지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화를 걸어서 영업시간만 확인하고 무작정 용산에 위치한 음향기기 부품가게를 무작정 찾아갔어요. 


여러분 나진상가 20동이 어디인줄 혹시 아시나요? 

용산역에서 지하터널과 공중에 떠 있는 다리를 지나서 오래 된 벽돌건물 앞에 서면 분명히 지도에는 20동이라고 쓰여있는데 길에서는 아무리 둘러봐도 19동만 보일 거에요.... 


저처럼 한바퀴 빙 돌면서 헤메지 마시고(...) 당당하게 19동으로 들어가세요. 

그러고 건물을 뚫고 나가면 초록색 바닥에 유리천장이 있는 묘한 공간이 나오고... 그 맞은편에 20동이 나옵니다.


그렇게 용감하게 찾아간 부품가게에서 사장님이 하신 첫 마디는,

 "아, 아까 전화주신 분이군요, 정말로 찾아오실 줄은 몰랐는데..." 였고, 

그 부품가게에서 대충 들어 맞는 부품은 하나씩 다 끼워 넣어보고 나서 하신 말씀은,


 "글쎄요...이게 되어야 하는데 왜 안되는걸까요..." 


결과는 실패.



성과: 돈 안쓰고 열 번 시행착오를 해치웠다는것ㅎㅎㅎ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해결이 안되니 그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고요. 



세 번째 단계. '방문상담 환영의 옆집' 도 찾아간다.



터덜터덜 상가를 나오려는데 맞은편에 제 키만한 스피커들을 쌓아놓고 있는 가게가 있더라고요. 

홀린듯이 일단 그 가게에 들어갔어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많이 바쁘신가요? 화상회의 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좀 여쭤보고 싶어요오오..."


사장님이 얼떨떨해 보이는 표정으로 엉거주춤 환영해주셨어요

"괜찮습니다, 들어오세요."

그렇게 들어온 사람이 30분을 터잡고 앉아서 물어보고 있을줄은(...) 



한 공간에 마이크가 두개 들어가는건 아예 불가능한건가요?

제가 샀던 마이크가 왜 제대로 작동이 안되었던 걸까요?

그럼 이 마이크를 보완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사장님이 가지고 계신 마이크랑 이 마이크의 차이는 뭐에요?

그럼 보통 화상회의에서 쓰는 마이크는 뭐에요?

음향 믹서는 몇개까지 마이크가 가능한거에요?

전문기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기기 수준은 어느정도에요?

저희 노래 녹음하는거 아니고 그냥 회의라 목소리가 깔끔하게만 들어가면 되는데 그럼 어떤 기기가 나은걸까요?


등등등등등....



새삼스럽지만, 친절하셨던 음향사 사장님 부자되세요! 많이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에 훨씬 정리된 내용으로 외계어를 구사하면서 보고를 할 수 있었어요!


어쨋든 대충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




네 번째 단계. 시험방송을 위해 사내방송국을 차려본다.


용산에서 사들고 온 장비와 집에서 싸들고 온 장비들을 회의실에 늘어놓고 사내 방송국을 차려 보았어요. 

(pilot 1: 첫 방송의 주제는 '특집기획 1편: 두런두런의 A씨가 강아지도, 고양이도, 뱀도, 원숭이도 아닌 토끼를 키우고 싶어하는 이유는?'.)

청취자는 사무실에 있는 한 사람과 외근 나가있는 한 사람.

(pilot 2 '특집기획 2편: 두런두런의 B씨가 최근 덕통사고를 당하게 된 경위를 파헤쳐본다(두둥)!' ) 

청취자는 핸드폰님, 노트북님, 데스크탑님, 그리고 아이패드님. 


애매하고 의문이 남는 부분들은 역시 직접 해 보아야 해결책이 보이더라고요. 

다른 행사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더 찾아보고,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문의하고요.


이후로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한 컴퓨터로'에서

 '세 사람이 한 화면에,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한 컴퓨터로'로 넘어갈 때에도 자문을 구하고, 장비를 사서 테스트를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두런두런 언택트 활동능력이 +30 증가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결정적으로 큰 기술적 문제는 없이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참가자 선생님들도 기술적 부분을 해결하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거나 다른 부분들에서 놓치고 실수하는 부분이 생겨도 너그럽게 받아주시는 것 같고요


자잘한 실수들도 이제 하나씩 나아지겠죠?(제발...) 하하

일단 해 보고 계속 고쳐가야죠. 남은 세미나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모두들 지켜봐주세요!


언택트 시대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실무자 여러분 우리 모두 화이팅 :)







완성도: 우리 세미나 이렇게 진행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