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성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여성들, 목소리를 내다, 목소리를 듣다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라는 슬로건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한 개그맨이 자신의 생각과행동에 당당한 여성들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지만, 오히려 주체적인 여성의 지향점을 보여주기에 페미니스트의 구호가 된 말입니다. 그 이후에 국내에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보다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사적, 공적 영역에서 더욱 더 많이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목소리를 내오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있어, 말하는 것은 일종의 권리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처럼 캄보디아 여성들도 그럴 수 있게 되길 바랐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그것은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이자 권리인 동시에, 개발협력을 하는 저희에게는 여성들의 요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때 느끼는 자존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우먼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읽듯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책도서관처럼, 한 사람의 여성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의 역량강화와 성평등을 위해 함께 해 온 현지 NGO 반띠에이 스레이의 바탐방 지부와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반띠에이 스레이 팀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가사 분담과 젠더 관련 법 제도, 소녀들을 위한 교육, 그리고 여성의 경제적 역량강화가 최종 주제로 선정되었습니다. 가사 분담이라는 주제를 정할 때의 기억이 유독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바탐방 지부장님인 첸다씨가 여성들의 이중노동부담에 대해 언급하며, 현재 가정 내 주요 결정권자인 남성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성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에 있어 성차별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젠더와 개발(GAD) 접근법이 대두된 것도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개발 활동들이 구조적 문제는 건드리지 못한 채 눈 앞의 즉각적인 요구에 맞춰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성책 중 두 명은 반띠에이 스레이의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여성들이었으며, 다른 두 명은 관련 공무원이었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는 비교적 전문성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을 보고 참가자들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두 전문가들 역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참여한 여성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 

네 차례의 주제별 우먼라이브러리 중 두 번은 바탐방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나머지 두 번은 시내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역시 지역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반띠에이 스레이 팀의 제안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처음에 생각한 그림과는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닭과 병아리들이 지나가고, 잡동사니가 놓인 마을 사당 같은 공간에서 행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서 진행되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을 깊숙이에서 여성들과 만날 기회가 좀 더 잦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로 반띠에이 스레이 프로그램이 기존에 진행되었던 지역에서 행사가 이뤄졌습니다. 여성들의 입에서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때마다 종종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성평등이 보다 중요한 이슈가 된 현재 발전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친근한 개념인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젠더와 관련된 불평등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론적인 앎을 넘어서서 여성들이 속한 가정과 공동체 내에서의 성평등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것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젝트에 함께 고생해준 반띠에이 스레이도 비슷한 고민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요약하고 네트워킹을 권장하기 위한 최종 우먼라이브러리까지 모두 마친 후 그들은 소외된 지역의 여성들을 만나고, 구조적 변화, 특히 가정에서의 젠더 권력 관계의 평등화를 위해 보다 많은 남성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지속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해왔습니다.

캄보디아 여성들 모두가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동안 우먼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지은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원)

 

* 전지은님은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간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어 활동하였습니다.
* [캄보디아여성,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프로그램은 "다음 같이가치 모금"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Posted by DoRunDo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