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방문기] 네팔로 가는 현석씨의 다른 여행

 

오현석(공인회계사/두런두런 감사)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사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쉬기 위해 여행을 택한다고 해야 맞습니다. 그래서 호젓이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이지요. 제가 두런두런을 알게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젠더라는 어렵고 조심스러운 분야에서 저는 천천히 배우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감사로서 역할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고, 늘 마음 한켠에 부담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아시겠죠? 그래도 우리 단체에 대해 다각도로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우리 단체의 네팔사업 현장 방문에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은 가는 곳이 네팔이라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여러분도 네팔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지 말입니다. 하지만 두런두런의 현지파트너 방문여행이고, 여럿이 함께하는 단체여행이고, 게다가 동행하실 남성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꽤나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럴 즈음에 이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른께서 전화를 직접 주셨으니 안가겠다고 할 수가 없게 된거지요. 결국 변심않고 떠날 수 있었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예상대로 남성은 저 혼자이고, 게다가 막내자리입니다. 익숙치 않은 상황이라 더 조심스러웠겠죠? 출발전에 현석씨라고 불러주십사 말씀드렸더니, 어른께서 당신은 상화씨라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걸로 여행 분위기는 세팅이 돼버렸죠. 비로소 저는 마음이 푹 놓였답니다. 그야말로 네팔로 가는 현석씨의 다른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항공시간을 빼면 7일간의 여행입니. 사무국이 준비한 일정계획만 보면 아주 편안한 여행입니다. 충분한 수면이 보장되고, 자유시간과 개인정비 시간이 많은 여유있는 여행인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개인정비 시간이 많이 필요한 남성입니다. 하지만 여행중에 잠은 많이 잘 수 있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습니다요. 카트만두의 교통과 도로상황 등 제반 여건으로 계획된 일정을 소화해내는 일이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았습니다. 계획된 이외에도 참가자들의 요청과 상황에 따라 중간중간 진행되는 일정도 물론 적지 않았구요. 그러나 일정 끝부분에는 박타푸르에서 네팔현지의 생활과 문화를 엿볼수도 있었고, 히말라야의 눈덮힌 주봉들이 바라보이는 나갈고트에서의 힐링시간도 있었답니다. 랑탕이라고 들어는 보셨습니까? 이건 진짜 말로 설명 못합니다.

  우리 단체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현지여성의 자립과 리더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DD베이커리와 봉제작업장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주체인 두런두런 네팔사무소와 우리의 소중한 사업파트너인 에카타신협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 방문단은 현지파트너와 함께 그간의 우리 사업을 평가해보고 앞으로의 전개방향을 협의함으로써 서로의 역할을 공유하고 노력을 약속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우리 단체의 현지책임을 맡은 김은영쌤과 이금연 이사님을 만났을때 현지의 사업환경이나 조건이 눈에 띄게 나쁜데도 우리의 네팔사업이 어떻게 이같은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는지를 금새 알 수 있었답니다. 또 해먼떠 대표와 사말 사무국장은 에카타신협의 두톱 리더인데, 사업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좋은 가치관을 갖춘 리더의 존재가 조직과 사업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훌륭한 사례였습니다. 제가 사말국장에게 나중에 네팔에서 높은 사람되어 꼭 잘 봐달라고 민간외교를 톡톡히 했습니다. 큰 인물이니 모두 잘 기억해 두세요.

  일정 중에 현지파트너가 마련한 젠더리더십임파워먼트 워크샵에 참석하였습니다. 이사장님의 강연은 현지여성들이 나중에 오늘을 돌아보면서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기억할 수 있겠다싶은 큰 힘이 있었습니다. 제게도 물론 큰 울림이었거든요. 이화여대 EGEP과정을 이수한 현지인과의 간담회는 성황이었습니다. 어른들 뵙겠다고 휴가내고 거의 모든 분들이 달려왔습니다. 이분들에게서 저는 장래의 네팔의 여성지도자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방문하여 인사하고 응원할 곳이 많았습니다. 현지파트너가 직접 운영하는 DD카페와 교육을 받은 수료생이 창업한 사업장을 들러 현지 여성들이 사회속에서 자립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네팔의 어려운 환경속에서 창업까지 이른 여성들의 모습은 정말 흐믓했습니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애정어린 조언도 했구요, 그들이 네팔의 리더로서 성장하기를 소망하였습니다. 네팔까지 먼 여행을 왔으니 할 수 있다면 많은 걸 보고 싶었습니다. 현지여성이 운영하는 보호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경험이었습니다. 또 우리 사회적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현지사업장으로는 오요리아시아가 운영하는 SEA센터, 아름다운커피 네팔사업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공정무역가게도 들러 보았습니다. 이 가게는 혼자도 찾아갈 수 있어요. 코이카 네팔사무소는 바쁜 일과 중에서도 우리 방문단을 예를 갖춰 환대해 주셨습니다. 우리 단체의 ODA분야에서의 위상과 기대를 단적으로 알 수 있었고,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답니다.


  저는 우리 단체가 만들어진 이후 네팔사업에 대해 다양하게 전해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팔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여 그안에서 활동하는 현지파트너와 참여하는 교육생들을 만나보니 비로소 우리 단체가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이해하였습니다. 현지활동가와 참여자의 소명감과 열정은 정말 감동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좋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겪을 수 밖에 없는 많은 어려움도 이 분들은 의지와 노력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분명한 의미을 담고 일관되게 진행되어 온 사업의 결과물이 우리에게 또다른 다짐을 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네팔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또한 그들의 문제로 고민하며 힘들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그들이 좀더 빠른 길을 택하여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아픔을 덜길 바라는 간절함을 우리가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힘은 그들의 삶에 대한 진심어린 응원이겠죠. 나와 우리를 보여주고 그들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임팩트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죠. 쉬운 일이 있겠어요? 현지의 어려움은 돈도 돈이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단체의 네팔.캄보디아에서의 사업을 위해 현지에서 일할 활동가를 찾는 일이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이 할까요?

   끝으로 제가 한가지 중요한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두런두런의 이사장님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이사장님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십니다. 제가 직접 뵌 것만 말씀드릴께요. 산책을 하셔도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것보다는 조금 돌더라도 새로운 걸 볼 수 있는 길을 좋아하셔요. 소나무 좋아하시구요. 솔향이 묻어나는 솔방울을 가져오고 싶으신가봐요. 우리 중에도 아시아 여행은 음식이 안맞아 망설이는 분들이 있죠? 한식도 가끔 먹어줘야 하구요. 보통 여행 마지막에는 새로운 현지음식에 도전하지 않는데, 우리 이사장님은 귀국날까지 현지음식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답니다. 싸데코라고 들어보셨나요? 네팔가시면 모모말고도 싸데코도 드셔 보세요. 이사장님께 네팔요리책도 있습니다. 좋은 정보죠? 그리고 상화씨기는 따로 전해 드릴께요. 섭섭해 하지 않으시길.








저는 이번 방문기간에 많은 걸 얻었습니다. 두분 어른 앞에서 제 작은 생각을 내보여드리고, 그것을 어른께서 받아주시는 과정에서 저의 말이 정돈되고 생소했던 분야에서 제자신이 한단계 발전했음을 스스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경험할 수도 없는 일이라 너무나 감사했고 제게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도 값진 일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언어와 행동에도 깊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웃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동행하신 분들 덕분에 아이처럼 신나서 마음을 열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존경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모두 네팔 다녀오세요. 거기 삶이 있습니다.


2017 11 16

오현석

가지않는길

Posted by DoRunDo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