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젠더리더십 워크숍]



공감의 눈물, 그리고 꿈틀대는 자신감!



김은영(두런두런 네팔 프로젝트매니저)



오랜만에 네팔 소식 전합니다.


2017년도를 시작하며 네팔에서는 변함없이 제과제빵교육을 지속하고 있고 카페, 빵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올해 네팔에서 고민했던 사업은 ‘젠더리더십 워크숍’이었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첫 번째 젠더리더십 워크숍이 지난 4월 18일 ~ 20일 2박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네팔에서는 처음 시도된 활동이다 보니 ‘젠더’라는 단어를 네팔어로 뭐라고 해야할까에서 부터 성평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할지에 대해 고민과 토론이 많았던 사업이었습니다. 


워크숍을 준비하며 네팔과 한국에서 여성운동을 오랫동안 해왔던 활동가분들의 도움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박 3일간 치러진 워크숍은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네팔 문화에서는 ‘감히 여자가 어디서 외박’을 이라는 문화로 인해 숙박을 정했다가 취소했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다행히도 워크숍에 참가하는 여성들의 ‘결단’으로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한 몇몇 참가자를 빼고는 대부분 숙박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더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동료들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은 성평등, 성차별, 여성과 일 그리고 관련 법률 등에 대한 강의부터 MBTI 검사를 통한 관계맺기, 게임, 퀴즈쇼 등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네팔에서 여성 저널리스트로 활동중인 루빠 사르마 활동가는 성평등과 차별에 대한 내용을 강의하고 현재 네팔 사회에서 이러한 차별이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네팔 여성 변호사인 니샤 반야는 새로운 네팔 헌법에 나타나는 성평등 관련한 법률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 인신매매로 잡혀갔다가 탈출한 분이 인신매매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체를 설립했다는 석띠서무허의 활동가 아시스 둘런은 현재도 반복되고 있는 네팔의 인신매매 실태와 어떻게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워크숍 참가한 여성들이 가장 많이 공감한 내용은 ‘여성과 일’ 부분이었습니다. ‘여성과 일’ 시간에는 네팔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여성사업가를 초청해 본인이 직접 겪은 일들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네팔의 상황에서 여성이 자신의 일, 그것도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시간, 여성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네팔이라는 사회에서 어쩌면 본인들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공감하는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2박 3일을 함께 하며 여성들은 매일 늦은 시간까지 본인이 그간 겪어온 일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에 한명이 미라라는 교육생이었습니다. 미라는 베이커리 중급 교육을 마칠 무렵 갑자기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자쪽의 엄마가 미라를 보고 며느리감으로 찍고 미라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여 이루어진 결혼이었습니다. 네팔 사회에서는 여자쪽에서 그런 결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만약 거부할 경우 앞으로 혼처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결혼하는 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그나마 현재 교육중인 베이커리 중급 과정을 마치고 가겠다고 하여 그게 받아들여진 것만으도 다행스럽게 여겨야했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나온 지 한 달도 채 안되어 결혼 날짜가 잡혔는데 미라의 얼굴에는 결혼을 앞둔 기쁨이 아닌 그늘이 보였습니다. 함께 교육 받고 있는 여성들은 안쓰럽지만 어떤 조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카스트가 다른 두 집안의 문화 차이, 막대한 지참금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해 결혼이 무산되었습니다. 네팔에서 결혼이 무산된다는 사실은 본인에게 뿐 아니라 그 가족에까지 수치스런 일로 여겨지는 큰 사건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있는 미라에게 워크숍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미라는 워크숍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라 역시 생전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을 위해 먹고 자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9개월 동안 베이커리 초급, 중급 교육을 함께 한 동료들과 같이 먹고 자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기회는 미라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미라는 강의, 게임, MBTI 등 매 시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방송에 나가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미라는 워크숍이 끝난 다음날 네팔에서 여자로서 살아가는 게 어렵겠지만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미 예약된 식장의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러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워크숍에 참가한 여성들은 지금까지는 네팔의 문화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다고 여긴 많은 일들이 성차별이나 심지어는 폭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젠더리더십 워크숍을 기회로 여성들이 기술교육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 젠더리더십 워크숍은 코이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네팔 빈곤여성 소득증대를 위한 제과제빵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Posted by DoRunDoR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