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에세이]젠더 감수성을 일깨우다

관리자
2018-09-11

젠더 감수성을 일깨우다

- <마을 카페> 교육훈련생과 함께한 성평등교육(Gender Equality Education)

 

정리 | 묘랑

 

지난 9월 5일 Serey Cafe에서는 교육훈련생들을 대상으로 Gender Equality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섹스/젠더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젠더감수성을 일깨워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으로 Heng Thou(전 Gender and Development for Cambodia 활동가)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Heng Thou님은 지난 해에도 <마을 카페>에서 교육을 진행해 주셨는데요, 여성자립역량강화라는 사업의 취지와 참여자들을 잘 이해하고 계실뿐만 아니라 교육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같은 분이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되어 다시 요청드리게 되었습니다. 젠더교육이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는데요, TRK 활동가 Vanra 님의 도움으로 강의 내용을 조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살짝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교육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름, 하는 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통해 각자 소개하는 것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교육이라는 형식이 주는 부담감을 해소하고 조금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자 함이었을 것입니다.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것이 좋’다거나 ‘집안일’이 싫다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섹스와 젠더, 젠더 스테레오타입(Gender Stereotype)과 젠더 롤(gender role) 그리고 젠더이퀄리티(gender equality) 개념으로 엮여 나왔습니다. 무엇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가, 왜 집안 일은 여성들의 몫인가? 진행자는 참여자들의 일상을 여성주의의 언어로 해석하면서 각각의 개념들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이어 사회적으로 성별에 따라 다르게 요구되는 역할과 기대들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형성되고 드러나는지 광고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그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수용하곤 합니다. 특히 광고와 같이 무의식적이고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들은 사고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한편 광고는 이러한 사회적 관습과 문화의 반영이기도 하고요.


 

분홍과 파랑으로 구분되는 상징적(?) 색깔과 머리모양부터 와일드한 자세의 남자아이와 그렇지 않은 여자아이의 자세. 남자아이의 장난감은 자동차나 기계들이 많은 반면 여아들은 주방놀이나 인형 꾸미기 등 성역할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형은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어, 예쁘려면 날씬해야 한다는 것을 말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재화합니다. 또, 기저귀 광고에서 여아에게는 옷을 입힌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질문과 생각들이 오가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되짚어보게 됩니다. 이후 진행자는 젠더 스테레오타입이나 젠더롤 등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참여자들이 꺼내놓은 사례와 견주어 설명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 가운데 던져진 ‘왜 여성들의 직업훈련 교육에 베이커리 교육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참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떠올렸을까요. 성역할 이야기를 하던 중 나온 “나는 트랙터 수리를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이 ‘그건 남자가 할 일이다’라고 해서 하지 못했다.”는 참여자의 경험과 질문이 만날 때, 우리의 인식 속 고정관념이 꽤나 공고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교육 사진 자료 중>


개념에 대한 충분한 설명에 이어진 질문은 ‘일상에서 젠더이퀄리티에 대해 개인적인 공간, 일터 그리고 사회로 확대해서 살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각자 A4용지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 몇몇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 주었습니다.



“이제 남자나 여자나 학교에 가는 것은 동등해진 것 같다. 여자들도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여자만 한다.”

“아버지는 집안일을 전혀 한 적이 없고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가족 내에서는 서로 상의해서 일을 잘 처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마을의 이장님의 경우 어떤 일이 생기면 마을 주민 전체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만 알린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트렉터 수리 기술을 배우고 싶었으나 여자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지당한 경험까지. 참여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젠더의 문제가 우리 삶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살필 수 있었습니다. 교육 마무리에 들어서면서 성희롱(sexual harassment)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이 종료된 이후 누군가는 Serey Cafe에서 계속 일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새로운 직장을 구할 것입니다. 그것이 이 직업훈련과 연관된 것이든 아니든. 그래서 교육을 의뢰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과 이에 대한 대처를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렸었는데 이를 반영해주신 것 같습니다. 상황상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너무 아쉬웠지만, 참여자들과 진행자 간의 교감이 읽히는 만큼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봅니다.


교육 후 참여자들에게 간단한 소감을 물었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가지고 있던 성역할이나 고정관념은 없었는지, 그리고 일상에서 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며 내가 일하는 공간이 성평등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 해봤습니다.

참여자들이 인상깊게 여긴 것은 젠더롤, 젠더스테레오타입, 젠더이퀄리티를 알고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 않은 동일한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내안의 성역할이나 고정관념을 들여다보고자 했던 두 번째 질문은 성역할과 고정관념의 정의(?)를 묻는 질문으로 둔갑하여 아쉽게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일상에서의 실천을 묻는 질문에는 상호협력과 존중,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을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의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을 꼽았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듯이 우리 안에 있는 차별의 문제들, 평등을 향한 실천들을 주위 사람들과 공유할 때 변화도 가능할 것입니다.

 


 * 이묘랑님은 2018년 2월부터 1년간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었습니다. 이묘랑님은 두런두런과 캄보디아 NGO인 TRK가 함께 2016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시작한 '마을카페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두런두런과 캄보디아 현지단체인 TRK가 함께하는 '캄보디아 마을카페 프로젝트'는 '(재) 바보의나눔'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