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에세이] 영남대 단기봉사팀, 캄보디아 마을 카페를 방문하다.

관리자
2018-08-16

‘상생’을 위한 도전과 실천
영남대 단기봉사팀, 캄보디아 마을카페를 방문하다

 

글 | 묘랑


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체 혹은 다른 영역의 활동가와 만나는 일은 자기 활동에만 국한되었던 시야를 확장하고, 자극을 얻는 일이었습니다. 만남 자체로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우리 단체의 운영방식이나 시스템을 되돌아 볼 기회가 되기도 했구요. 그래서 영남대 지구촌상생인재양성사업단 단기봉사팀(이하 영남대 봉사팀)의 TRK 방문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TRK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동에 대한 정보와 자극을 받을 수도 있고, 한편으로 협조를 얻어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에 가속을 붙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니까요. 마침 영남대 봉사팀의 활동목적이 ‘주민 역량강화 및 소득증대사업 실습’으로 마을카페 프로젝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영남대 봉사팀은 학생 19명과 인솔교수와 연구원이 각 1명씩 총 21명이었습니다. 봉사팀은 그들의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얻거나 새로운 시도를 해봄직하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득증대로 이어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안하였습니다. 소자본으로 주민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이동식카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봉사팀이 이동식카페를 만드는 것은 물론 판매실습을 통해 홍보와 마케팅 방식도 직접 해보임으로써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 깨끗한 마을 조성을 위한 소각장을 함께 짓는 것, 두 가지 모두 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TRK는 영남대의 제안에 기존에 추진 중에 있던 Serey Cafe 앞 이동식 카페 설치와 북카페 조성 그리고 Krepeu 마을의 공부방 활동을 제안하였습니다. 이동식 카페와 관련해서는 서로의 목적과 운영방식에 차이가 있어 조율 끝에 2개의 이동식카페를 제작하여 하나는 학생들이 제작, 실습용으로 활용하고 하나는 Serey Cafe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마을 공부방을 방문, 교육활동을 하는 부분은 영남대 봉사팀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팀을 나누어 8일부터 11일까지 매일 방문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봉사팀의 활동 내용을 사업별로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동식 카페 제작과 바탐방 시내에서의 판매 실습

영남대 봉사팀은 이동식 카페를 하나하나 직접 제작하기를 원했지만 제한된 시간, 습기와 강한 햇빛으로 인한 부식 우려 등에 대한 TRK의 조언을 들어 최소한의 철제 프레임 형태를 주문했습니다. 제작과 배달과정에서 묻은 진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앙상한 프레임에 페인트를 칠해 색을 입히고, 메뉴와 로고로 단장하는데 반나절이 꼬박 걸렸습니다. 페인트가 마르길 기다리며 홍보와 판매에 사용할 광고지와 메뉴판을 직접 디자인 해 드디어 나서려는 차, 여기는 캄보디아임을 확인시켜주듯 스콜이 세차게 쏟아졌습니다. 평소 한두시간이면 잦아들던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안은 채 일단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다행히 다음날(10일)에는 해가 짱짱하여 이동식 카페를 끌고 상커(Sangke)강 인근의 공원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저녁이 되면 주민들이 운동을 나오기도 하고 잔디와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습에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야 이후 응용도 가능하기에 마을카페의 Dany님이 동행하기로 하였습니다. Dany님은 현지인에게 행사의 취지와 제품을 설명하기도 하고, 빵을 들고 홍보해보면 어떻겠냐 제안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One day Cafe~", "놈빵 층안(맛있는 빵)”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행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봉사팀에서는 ‘장사가 쉬운 게 아니’라는 짧지만 절실한 시간의 경험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5시, 다시 스콜이 지나면서 판매방침은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준비한 것을 최대한 팔아 버리는 양을 줄이는 것도 판매자의 센스 아닐까요?


“모이 돌라(USD 1)”, “붠 뽀안(4,000)”



마지막까지 모두가 힘차게 판매에 힘을 보태봅니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 무심히 지나는 사람, 한국어과를 다니기에 한국어가 친근해서 들러준 바탐방대 한국어과 학생들, 저렴한 기회를 만나 크로와상을 한아름 사는 이들... 이들에게 우리의 판매실습은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요. 우리는 이 경험을 마을 사람들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소각장 활용을 위해선 분리수거가 우선^^‘;

환경과 쓰레기의 문제는 전 지구적인 아젠다입니다. 캄보디아 내에서도 Plastic Free Cambodia와 같은 단체들이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하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아직 더딘 감이 있습니다. 거리에서나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길이 번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각장이 있다면 화재의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쓰레기를 거리에 무심코 버리기보다는 소각장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선 소각장으로 활용할 시멘트 링을 설치하고 안에 철 막대로 바닥과의 공간을 확보, 연소가 잘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철 막대를 자르는 일은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는데, 체중을 실어서 꾸욱~ 그렇게 완성된 소각장에 이동하면서 주워 종 쓰레기를 넣으려고 보니, PET부터 비닐, 캔, 종이 등이 한 데 섞여있었습니다. 이대로 쓰레기를 태우면 오히려 매연과 악취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아닌지... 쓰레기를 태우기에 앞서 소각할 것은 무엇이고, 재활용할 것은 어떤 것들인지 분리가 필요하고, 이에 대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부방, 너와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아이들의 웃음과 몸짓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아이들과 잘 할 수 있을까, 이해할까, 반응할까... 이런 저런 걱정으로 시작한 공부방 활동은 매순간 웃음과 생기가 넘쳤습니다.

8일부터 11일까지 오후시간은 Phnom Sampov 고등학교 동아리 Youth Club 학생들과 함께 공부방을 찾았습니다. 유스클럽 학생들은 전체 진행은 물로 그룹별 학생들의 활동을 도와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첫 수업은 이름표 만들기였습니다. 언뜻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상호 존중의 출발이기도 합니다. 서로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연습하며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간 느낌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 줍립 수어’, ‘안녕히 계세요.-줍립 리어’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과 인사법과 알파벳을 익히기도 하고, 단체 줄넘기, 페이스페인팅, 색판 릴레이 등 다양한 게임 속에, 비가 와도 햇살이 내리 쪄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



공부방 첫날에는 25명 남짓의 아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이튿날에는 2배의 인원이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외국인이 신기하기도 하고, 신기한 이들이 가져온 놀이 또한 새롭기에 이끌렸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누군가 이 공간을 이용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활동에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10일 오전 공부방을 정비하기로 하였습니다. 교실 안의 거미줄과 먼지, 그리고 쥐똥으로 묵직해져버린 천정을 걷어내고, 선풍기와 전등을 달았습니다. 마당의 큰 돌이나 위험한 물건들을 치우고, 흔들리는 의자들을 튼튼하게 손질했습니다. 타이어를 묻어 점프놀이를 하는 곳은 비가 오면 물이 가득차고 한 켠에 쓰러진 나무가 방치되어 이용이 어려웠습니다. 나무를 치우고 임시로 물길을 내자, 바로 아이들이 타이어 위를 퐁퐁 뛰어 다녔습니다. 유스클럽 학생들은 출입문, 창문 등 그동안 낡고 지저분해진 문을 단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었습니다. 낙서와 얼룩이 가득했던 문들을 산뜻하게!



‘마을’카페가 되어 볼까

Serey Cafe는 마을카페로서, 주민들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북카페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업, 일반상식 분야의 도서와 인근 고등학생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관련 책들을 비치하고, 편하게 바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영남대 봉사팀이 바닥의 인조잔디를 걷어내니, 바닥에 물기가 흥건했습니다. 하룻동안 신문지를 깔아 물기를 제거하고 카펫을 깐 다음, 좌식 책상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영남대 봉사팀과 함께 프놈펜에서 구입해 온 110여 권의 책을 비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영남대 봉사팀에서 한국에서 준비해 온 영어 그림책들까지 꽂아두고 보니 그럴듯한 마을 사랑방이 완성되었습니다. 예산 문제로 아직 외벽이 완성되지 않아서 책은 한동안 카페 안 쪽에 배치하게 될 것이지만, 누구나 편하게 머무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영남대 봉사팀이 돌아가고 Serey Cafe에는 이동식 카페와 소각장의 활용이 숙제로 남았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Serey Cafe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싣고 소각장에서 가서 태웠는데요. 이것이 주민들의, 마을의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실천을 만들어 가보면 좋겠습니다.

 


* 이묘랑님은 2018년 2월부터 1년간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었습니다. 이묘랑님은 두런두런과 캄보디아 NGO인 TRK가 함께 2016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시작한 '마을카페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두런두런과 캄보디아 현지단체인 TRK가 함께하는 '캄보디아 마을카페 프로젝트'는 '(재) 바보의나눔'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 이번 영남대학교 단기 봉사단 활동은 8월 7일부터 8월 11일까지 4박5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영남대학교의 단기 봉사단 파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고, 두런두런과 현지 단체인 TRK는 일정 조율, 활동 제안 및 협의, 현지 단체 연결, 현지 사업 수행 지원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