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새 인연

관리자
2020-09-23

금쪽같은 새 인연


인도네시아 사업팀 장미애 PM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만나다’라는 동사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누군가 가거나 와서 둘이 서로 마주 보다.’

기존에 우리가 언급하던 만난다는 행위는 이렇게 서로 마주 보고 있어야 성사되는 성질의 것이었습니다. 이 ‘만나다’라는 단어 앞에 ‘일로’라던가 ‘일적으로’가 붙는 상황이라면 이 만남은 특히나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되었지요.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 ‘비대면 만남’으로 사적으로나 일적으로 못할 게 없다는 것을 새삼 터득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업이 시작된 이후 두 개의 계절이 흘렀습니다. 가능하겠냐며 다들 반신반의해온 인도네시아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사업 담당자인 저도 어리둥절해지곤 합니다. 깔딱고개를 넘어가듯 아슬아슬, 그러나 비대면에 최적화되어가며 어떻게든 진행되어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토록 까탈스럽게 전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업에 기쁜 소식 두 가지가 있어 이 지면을 빌어 알려드릴까 합니다.

 

소식 하나.

9월, 드디어 사업체결을 양국에서 합의하는 공식문서의 서명식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양국 정부 고위급 책임자들의 서명이 날인된 몇 장의 문서가 바로 이 사업에 투입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봄부터 소쩍새마냥 울음을 머금고 인내해온 결과물인 것입니다. 이 공식문서에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Done and signed virtually in Jakarta and Seoul(비대면으로 서울과 자카르타에서 각각 서명한다).’

공식문서에 virtually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어릴 적 책에서나 접했던 미래세계의 도래가 2020년에 와서야 공식적으로 선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소식 둘.

얼마 전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또한 비대면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두런두런 현지 직원들 두 명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의 시작은 이러하였습니다.

현장 사업담당자인 제가 가을이 되어서도 인도네시아에 직접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대안이 시급해졌습니다. 사무국을 대신해서 직접 움직여줄 현지 직원이 절실해진 거지요. 직원모집 공고를 위해 SNS와 인도네시아 구인구직 사이트, 지인들이 총동원되었고, 그 결과 짧은 기간 동안 25명의 지원서가 순식간에 모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지도 하나 없는 두런두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몰릴 줄이야. 지원자들이 대부분 쟁쟁한 이력의 소유자들이어서 서류 심사로 걸러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력서들을 살펴보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보통 이력서에 생년월일을 적지 않는다는 점, 인도네시아식 이름이 너무 길어서 예명을 많이들 쓴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 대한 관심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양한 스펙들이 적힌 인도네시아식 이력서들은 제각각의 색깔과 형태를 지니고 있어 읽는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서류 심사를 통해 걸러진 지원자는 총 다섯 명. 이들과의 화상면접을 결정하고는 한명씩 일정을 잡았습니다.



화상면접을 통한 직원 선발이라니, 경험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시도를 앞두고 심란해졌습니다. 여러 차례 현장에서 직원을 뽑아 보아온 경험 상, 상대와 직접 눈빛 교환을 해봐야 서로의 궁합을 점칠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2차원 평면을 통해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 처음 보는 이의 진정성과 열의를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한편, 나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혹여 뽑히고 난 후에 우리 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라지면 어쩌지? 오만가지 잡생각에 화상면접을 앞두고 착잡함이 설렘보다 커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괜히 겁부터 먹었나봅니다. 막상 화상면접을 진행하다보니, 면접자들 각자의 개성이 스크린 너머로도 확연히 전달되었고, 비대면 만남에서도 궁합의 정도가 가늠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선발된 현지 직원 그 이름하야 Ratna, 그리고 Anti!

Ratna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 대사관과 한국은행 등에서 일해 온 회계 전문 베테랑으로 한국어실력도 갖춘 인재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살고 있는데 저희와 일하게 되면서 사업지인 반둥으로의 까다로운 이주를 마다하지 않은 고마운 직원입니다.

Anti는 젠더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활발하게 해온 활동가입니다. 면접 전, 두런두런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져보고는 채용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네시아 소식을 실어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열혈 직원입니다.

함께 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웬 호들갑이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미 손발이 척척 맞고 있는 현지 직원들 덕에 그간 돌처럼 굳어진 승모근이 말랑해지는 가을을 맞이하는 중입니다.

Ratna와 Anti가 직접 써서 보내온 글을 소개합니다.

제가 첫 만남에서 느꼈던 그 좋은 느낌,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Ratna의 편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Ratna Ruzzalia Dewi입니다. 두런두런 인도네시아 사업에 참여하게 된 새로운 직원이지요. 예전부터 세코퍼친따(Sekoper Cinta, 두런두런 사업의 파트너기관인 서자바주 정부에서 시행 중인 프로그램) 사업에 대한 정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고,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관심이 ‘나도 언젠가는 저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까지 커져버렸습니다. 여성들의 역량강화 활동에 기여하고 싶다는 저의 이 꿈은 제가 두런두런의 일원이 되는 순간 비로소 현실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저는 그간 한국 대사관과 한국 기업들에서 일을 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기에 비영리기관에 속해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지게 된 계기이자 동시에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 특별한 기회를 잘 활용하여, 두런두런을 통해 인도주의적 활동에 최선을 다해 제 관심과 역량을 쏟으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두런두런 영문 4행시/

Do your best to help community _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Regain positive energy _긍정적 에너지를 되찾읍시다

Don’t ever give up your dream in humanity, and _ 인류애를 향한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Remain to stay kind and happy _ 친절함과 행복함을 항상 새겨둡시다

“최고(最高)의 인간이란 인류를 위해 최선(崔宣)을 다하는 이다.”

(원문) Hi! My name is Ratna Ruzzalia Dewi. I’m new local staff member for DoRun DoRun project in Indonesia. Before joining DoRun DoRun, I was very interested in Sekoper Cinta programs and searched lots of information through social media that I followed. I do really hope that someday I can participate in these programs. For me, joining DoRun DoRun is a realization of one of my dreams to be involved in women's empowerment activities.

This is my first time joining an NGO, my experience was only working at the Korean embassy and some Korean companies. The COVID-19 pandemic has been a turning point for me, reinforcing my reasons for looking for work that has a reciprocal impact on society. Taking advantage of this special opportunity, I hope that I can give my best contribution, thoughts and energy to participate in humanitarian activities through DoRunDoRun.

Do your best to help community

Regain positive energy

Don’t ever give up your dream in humanity, and

Remain to stay kind and happy

“The best person is the one who benefits all human beings.”


Anti의 편지


“정신 바짝 차립시다!” 이 말은 두런두런 서울 사무소와 온라인상으로 일을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왓츠앱이나 화상회의를 통해 제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제 경우에는 외국인과 게다가 한국인과 일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제 이름은 니 로 구스티 마데완티(Ni Loh Gusti Madewanti)입니다. 편하게 저를 안띠(Anti)로 불러주세요. 지난 15년간 저는 에너지와 신념을 젠더와 페미니즘 분야의 전문가이자 연구자, 발표자이자 강사로서 헌신하며 살아왔습니다. 두런두런에 저를 소개하게 된 건 꽤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저의 활동과 젠더 전문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료가 두런두런의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이 발단이 되었으니까요. 한국과의 인연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와 협력했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졌었습니다. 당시 이 프로젝트는 자카르타 여성연구소에서 진행한 ‘여성역량강화프로그램’ 연구조사 프로젝트로 한국 NGO의 재정 지원으로 시행되었던 사업입니다.

그 후로 다시 한국 사람들과 인연이 되어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특히 두런두런과의 인연을 맺을 것이라고는. 두런두런의 일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저를 설레고 즐겁게 만듭니다. 두런두런과 함께 일하기로 결심하기 전, 두런두런의 웹사이트와 블로그 글을 유심히 읽으며 사업들을 알아가다 보니 단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비록 두런두런 사업 내용이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영문 번역기를 돌리며 더듬더듬 정보들을 얻어냈지만 말입니다. 이참에 한국어강좌 코스에 입문해야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국드라마와 노래의 열성팬이기도 하답니다.

제가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두런두런의 인도네시아 사업은 여성들이 폭력의 순환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경제적 측면에서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어 이중 부담을 덜어내 주게 됩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인도네시아 사업에 저의 참여와 공헌이 더해져 사업 초기의 목적과 설계에 따라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성공적인 사업 수행은 사업의 결과와 성과 달성 측면에 고스란히 증거로 나타날 테고 이는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사업의 성공적 결과를 위해.

정.신.바.짝.차.립.시.다! 

(원문) Let's keep up the spirit! That is a sentence I often say when I communicate with DRDR Seoul Hq during online meetings or chat via group Whatsapp. For myself, working with foreigners is not the first time, especially with Korean people. Anyway, my name is Ni Loh Gusti Madewanti, and you can call me, Anti. Since 15 years ago, I have dedicated my time, energy and thoughts as an expert, researcher, speaker, trainer on issues of Gender and Feminism. And my introduction to ASIA WOMEN BRIDGE DORUNDORUN was actually accidental. Because my colleague recommended me to join the project. She knows my activities as an activist and gender expertise. In 2010 - 2012, I led a research project on Women Empowerment Program at a Women's Research Institute in Jakarta, and this institution received financial support from one of the KOREA NGOs and collaborated intensively from EWHA University Korea.

Who would have thought that years later I was again trusted to be able to work with Korean people, especially ASIA WOMEN BRIDGE DORUNDORUN! I am very happy and excited because before I was declared joining this program, I read carefully the website and blog of ASIA WOMEN BRIDGE DORUNDORUN. Even though it's in Korean, I translated it back into English so I can understand what was written. Wow, it seems that I need to take Korean language course, because I really like watching Korean dramas and songs from Korea too!

Moreover, from the information I read, this program really encourages women to break out the cycle of violence. Especially from the economic side so that they can be independent and not experience double burdens. I hope, with my dedication and contribution, the program implemented in Indonesia starting in 2020 can run smoothly according to the program's initial objectives and design. So that the progress of achieving the outputs and outcomes is evident and has an impact on women in West Java - Indonesia as beneficiaries.

LET'S KEEP UP THE SPIRIT!


* 본 사업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 두런두런과 인도네시아 여성역량및아동보호부 (Ministry of Women's Empowerment and Child Protection)가 협력하고 있는 ODA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