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특별한 사람들
라오스 현지 PM 황진경
라오스에서 귀국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나고 설을 맞이했다. 새해를 맞아 수년간 못본 고향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며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특별한 일을 하는구나’ ‘좋은 일하는 구나’ ‘대단하다’ 등등… 이와 같은 낯간지러운 말을 듣곤 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해외 현장 활동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고,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데 말이다. 허나 어쩌면 2년간 프로젝트 매니져로서 특별한 일을 해낸 것 일수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비록 별 볼일 없는 일을 해냈더라도 그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라오스에서 함께 일하고 만나왔던 모든 분들이 말이다.
첫 해의 경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업을 쫓아가고 파트너분들이랑 소통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믿고 열정적으로 함께 동행해주시는 센터 선생님들과 현지직원 선생님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부담감과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짓눌렸다. 여전히 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을 해낸다는 명목으로 누군가의 삶을 개입하는 이 위치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인건가 대한 의문은 든다. 아니 이러한 의문은 계속 되어야 하고 고민과 질문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다만 확실해진 건 알아버린 책임감을 껴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것처럼 말이다.

[왼쪽부터 진따나 쌩수린, 라따니 인티랏 두런두런 라오스 현지직원 ]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엄마가 떠오르듯, 라오스에서 매일 먹던 고수 향을 맡으면 그 때의 추억들이 함께 눈에 아른아른 거린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배고픈 신호가 날 때 쯤이면 때마침 요리 분야 훈련생이 손수 만든 국수부터 케이크까지 스펙트럼 넓은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훈련생의 경우, 당뇨병을 앓고 있고 부모님 반대로 외부활동이 어려워 많은 훈련생들 사이에서 유독 시선이 갔던 훈련생이였다. 그렇게 여러 어려움을 무릎쓰고 2개월 반이라는 짧지만 짧지않은 훈련 기간을 거쳐 직업훈련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그리고 종료식날 그녀는 복숭아 같은 미소를 띤 채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직업훈련 교육을 통해 하고싶은 일이 생겼어요. 경력을 쌓은 후 나만의 제과제빵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가족들이 저의 변화를 지켜보며 서서히 관심을 가져주고 지지해주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흘러 저의 노력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응원해주시겠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그들에게 주어진 직업훈련의 의미를 생각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은 힘들게 직업훈련센터에 모였고, 직업훈련 이후 다시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농사를 짓고, 일몰이 가까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밥을 짓고, 밀려있던 가사 일을 하고 잠에 드는 일상으로 말이다.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녀의 마지막 눈물을 감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숙사가 너무 협소해 한 발짝 한 발짝 조심히 내디뎌야하는 이 공간이 너무 즐겁고, 동기들과 서로 함께 배우고 생각을 나눌 수 직업훈련과정이 너무 행복했다며 눈물을 보이던 훈련생. 동등한 기회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그녀들에게 직업훈련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여전히 훈련생들은 직업훈련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취창업을 해야하는 어려움과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교육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만연한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이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들에게 보은하기 위해 남겨진 과제로서 어떻게 내게 주어진 이 인연들을 이어가고 손길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요리 실습을 통해 훈련생이 만들어 준 빵]
마지막으로 늘 교육생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고 앎에 대한 열정을 통해 훈련생들을 위해 매번 더 나은 교육을 이뤄낸 직업훈련 센터 선생님들, ‘We Are The Team’이라며 매 순간 내 옆에서 함께해주던 우리 두런두런 현지직원 선생님들은 영영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한 이 기억이 영영 남아 나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 임을 안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잊지 말고 언젠가 그 넘치는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갚아 나가도록 해야겠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 맞이하여 CARE에서 주최한 행사 참가. 왼쪽부터 황진경 PM, 진따나 셍수린 , 라따니 인티랏 직원]

[하반기 사업 관계자 협의체 간담회 단체사진: 중앙.루앙프라방.세콩 센터 선생님들과의 마지막 기록]
* 황진경님은 2018년 3월부터 2년간 라오스 여성직업능력개발 지원 사업의 현지 PM으로 파견되어 활동했습니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특별한 사람들
라오스 현지 PM 황진경
라오스에서 귀국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나고 설을 맞이했다. 새해를 맞아 수년간 못본 고향 친구와 친척들을 만나며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특별한 일을 하는구나’ ‘좋은 일하는 구나’ ‘대단하다’ 등등… 이와 같은 낯간지러운 말을 듣곤 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해외 현장 활동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고, 특별하고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데 말이다. 허나 어쩌면 2년간 프로젝트 매니져로서 특별한 일을 해낸 것 일수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비록 별 볼일 없는 일을 해냈더라도 그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라오스에서 함께 일하고 만나왔던 모든 분들이 말이다.
첫 해의 경우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업을 쫓아가고 파트너분들이랑 소통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믿고 열정적으로 함께 동행해주시는 센터 선생님들과 현지직원 선생님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부담감과 책임감이라는 무게에 짓눌렸다. 여전히 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일을 해낸다는 명목으로 누군가의 삶을 개입하는 이 위치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리인건가 대한 의문은 든다. 아니 이러한 의문은 계속 되어야 하고 고민과 질문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다만 확실해진 건 알아버린 책임감을 껴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것처럼 말이다.
[왼쪽부터 진따나 쌩수린, 라따니 인티랏 두런두런 라오스 현지직원 ]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를 맡으면 엄마가 떠오르듯, 라오스에서 매일 먹던 고수 향을 맡으면 그 때의 추억들이 함께 눈에 아른아른 거린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배고픈 신호가 날 때 쯤이면 때마침 요리 분야 훈련생이 손수 만든 국수부터 케이크까지 스펙트럼 넓은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훈련생의 경우, 당뇨병을 앓고 있고 부모님 반대로 외부활동이 어려워 많은 훈련생들 사이에서 유독 시선이 갔던 훈련생이였다. 그렇게 여러 어려움을 무릎쓰고 2개월 반이라는 짧지만 짧지않은 훈련 기간을 거쳐 직업훈련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다. 그리고 종료식날 그녀는 복숭아 같은 미소를 띤 채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직업훈련 교육을 통해 하고싶은 일이 생겼어요. 경력을 쌓은 후 나만의 제과제빵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가족들이 저의 변화를 지켜보며 서서히 관심을 가져주고 지지해주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흘러 저의 노력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응원해주시겠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금 그들에게 주어진 직업훈련의 의미를 생각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은 힘들게 직업훈련센터에 모였고, 직업훈련 이후 다시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농사를 짓고, 일몰이 가까워지면 집으로 돌아가 밥을 짓고, 밀려있던 가사 일을 하고 잠에 드는 일상으로 말이다.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녀의 마지막 눈물을 감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숙사가 너무 협소해 한 발짝 한 발짝 조심히 내디뎌야하는 이 공간이 너무 즐겁고, 동기들과 서로 함께 배우고 생각을 나눌 수 직업훈련과정이 너무 행복했다며 눈물을 보이던 훈련생. 동등한 기회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그녀들에게 직업훈련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여전히 훈련생들은 직업훈련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취창업을 해야하는 어려움과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교육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만연한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이는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들에게 보은하기 위해 남겨진 과제로서 어떻게 내게 주어진 이 인연들을 이어가고 손길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요리 실습을 통해 훈련생이 만들어 준 빵]
마지막으로 늘 교육생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고민하고 앎에 대한 열정을 통해 훈련생들을 위해 매번 더 나은 교육을 이뤄낸 직업훈련 센터 선생님들, ‘We Are The Team’이라며 매 순간 내 옆에서 함께해주던 우리 두런두런 현지직원 선생님들은 영영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한 이 기억이 영영 남아 나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 임을 안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특별한 사람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잊지 말고 언젠가 그 넘치는 마음을 조금씩이라도 갚아 나가도록 해야겠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 맞이하여 CARE에서 주최한 행사 참가. 왼쪽부터 황진경 PM, 진따나 셍수린 , 라따니 인티랏 직원]
[하반기 사업 관계자 협의체 간담회 단체사진: 중앙.루앙프라방.세콩 센터 선생님들과의 마지막 기록]
* 황진경님은 2018년 3월부터 2년간 라오스 여성직업능력개발 지원 사업의 현지 PM으로 파견되어 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