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 업무와 사생활 그 경계에서

2020-09-24

저글링: 업무와 사생활, 그 경계에서

 - 코로나19와 국가봉쇄에서 재택근무 경험 공유


Arpana Siwal (얼뻐나 실왈, AWBN 현지 매니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올해 초, 코로나19는 미지의 존재였습니다. 국가봉쇄가 있기 전 사무실에서 장미애 PM님과 코로나19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는 중국 내에서 전염되는 질병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네팔과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중국 내 사망자가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사무실 내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네팔에서 확진자가 나올 시 사무실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진행하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당시 저는 임신 중이었고 출산일이 머지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진통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출산 예정일 전에 병원으로 달려가야 했고,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출산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간의 출산휴가 동안, 국가봉쇄가 시작되었습니다.

출산 휴가가 끝나고, 6월 21일에 다시 업무에 복귀하였습니다. 이즈음 이미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악화되어 많은 국가들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었고, 네팔에도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네팔의 첫 사망자가 임산부였기 때문입니다. 감염 위험으로 인해 본부와 논의 후 저는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에 복귀하며 수치따, 어슐레샤, 러써따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받아 큰 문제없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재택근무하는 모습


재택근무는 이 전에 사무실 근무를 하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대면 회의를 하던 것과는 달리 모든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평소에 핸드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봉쇄 이후에는 업무처리와 소통을 위해 사용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모든 경험이 온라인을 통한 소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사무실 근무와 비교했을 때, 저에게는 재택근무가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논의할 거리나 문의사항이 있으면 바로 옆에 있는 직원과 이야기하며 처리할 수 있지만, 재택근무 시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소통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네팔 통신망 사정이 좋지 않은 관계로 계속 끊기는 인터넷,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까지 겹쳐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사무실에서 근무 시 전적으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업무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반면, 재택근무 시에는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또한 정부의 강력한 봉쇄 지침으로 인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는 등의 환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심적으로 매우 답답했습니다.

봉쇄기간 중 취약계층에세 긴급물품 지원 사업을 진행하였지만 이동이나 물품 구매 등의 제약이 커 쉽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는 매일 어마어마한 확진율과 사망자 집계가 나오며 병의 심각성을 부각하였고, 공포감은 날마다 커져갔습니다. 정부가 유아동과 노인은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했기에 신생아인 딸이 있는 저로서는 집을 벗어나는 것이 큰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외출로 인해 갓 태어난 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 어쩌지, 라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정부의 봉쇄완화 정책으로 교통수단 홀짝제가 되자, 사무실에 교대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인원이 출근해야 했기에) 전원 출근 시에 업무가 부드럽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 하루에 한 명이 출근하는 시스템은 소통과 협업에 시간이 소요되어 업무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탑승 적정 인원을 넘어선 버스에 타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봉쇄완화정책을 통해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복귀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지만, 감염율과 사망률은 봉쇄완화 이후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병 판데믹 아래 교육을 운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보입니다. 네팔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대학교, 교육센터 등 모든 교육과 관련된 공간의 운영 중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러한 네팔 정부의 조치를 따라 AWBN은 직업훈련교육의 예산을 전용하여 취약계층 긴급물품 지원을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위해 현재는 직원 전원이 같은 날 출근하여 지원 업무를 문제없이 수행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봉쇄기간 중 가장 좋았던 점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갓 태어난 딸을 돌보고, 가족과 서로 지지하며 팬데믹을 견디어 낼 수 있었습니다. 조속히 상황이 호전되어 모두가 일상을 회복하고, 여성역량강화라는 아시아위민브릿지 네팔과 두런두런의 사업의목표 또한 달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감사합니다.



* "네팔 카트만두 밸리 지역 빈곤여성 소득증대를 위한 직업훈련사업"은 KOICA가 함께하는 민관협력 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