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네팔

2020-01-28

다시 돌아온, 네팔


네팔팀 국내활동가 이진희


안녕하세요, 네팔 사업팀의 활동가 이진희입니다. 네팔에서 1년을 보내고 돌아온 지가 1년도 채 안되었다는 사실에 가끔 놀랄 때가 있습니다. 2016년 두런두런을 통하여 네팔과 인연을 맺고 그 연이 계속 이어져 약 1년 5개월간은 현지에서, 2019년 여름부터는 국내에서 네팔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의 생활은 처음이었기에 업무와 자신을 돌보는 일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나마스떼, 메로 남 진희 호’ 밖에 말도 못하며 어색해하던 저에게 ‘따뜻한 빵이 곧 나오니 먹고 가라,’라고 웃으며 항상 챙겨주던 사람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고, 지금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미소로, 몸짓으로 친구이자 동료, 디디(언니)이자 버히니(동생)으로 대해주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지금은 든든한 네팔의 ‘내 사람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그 사람들이 ‘왜 네팔에 또 가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돼주었습니다.



현지에 머물며 이름과 사람 얻게된 두 차례의 네팔과는 달리, 세 번째 네팔은 출장을 통해서였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울 때가 있었는데 중국을 경유하여 네팔에 도착해서 떠오른 두 단어는, ‘home’과 ‘안도감’이라는 단어였습니다. 도착해서는 짐이 1시간 이상 나오지 않아도, 마중 나오기로 한 숙소의 직원이 연락두절로 사라져버려도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금 직원들과 아는 얼굴들을 볼 생각에 조금은 어색하기도, 매우 설레기도 했습니다. 사무실 내부와 빵공장, 디디카페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보며 떠나간 인연에 아쉽기도, 새로 만난 인연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감회가 새롭다, 를 느낄 새도 없이 업무로 정신없이 흘러간 첫 출장이 끝나고, 항상 이별에는 서툴러서 울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떠나는 날 아침 디디카페에서 만난 직원들의 눈물에, 서로 껴안고 대성통곡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다시 떠나야 한다는 점이 슬펐지만, 우리의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이고, 제가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업무기간 중 가장 기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현지에서, 다시 본부로 돌아와 동 사업의 활동가로 일하면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사업을 바라볼 수 있어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지에서는 사업수행에 좀 더 치중했더라면 한국에 돌아와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삶이 조금은 더 단조롭고, 현지가 많이 그립기도 하지만 본부에서의 역할은 현지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주고, 큰 틀을 잡아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업성과 달성유무, 달성률을 보고 사업을 평가하겠지만,(물론 성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뒤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며 형성된 보이지 않는 성과들-자신의 권리를 알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고, 작은 일에 도전해보며 내면을 성장시키고, 동료를 만들고, 깊은 연대감을 형성하는 일-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얻기 힘들고 소중한지 많은 사람들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팔에 가서 의아했던 점 중 하나가, 카페에 여성끼리 온 팀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이후로 친구관계나 사회적 그룹이 많이 줄어들게 되고, 결혼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사회적 관계망이 크게 좁혀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실습훈련센터에서 직업훈련을 하며 만난 동기들, 그들이 인턴에서 디디 베이커리와 카페의 직원으로, 또는 다른 업체의 직원으로 일하게 되고, 동료와의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대소사마다, 힘든 일, 좋은 일이 있을 때 같이 모여서 밥 한 끼 먹을 수 있고, 친구이자 동료로 업무와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관계망을 만들어 가게 된 것입니다. 교육을 받으며 가장 좋았던 것으로, 기술과 직업을 가지고 수입을 창출할 수 있었던 점에 더하여, ‘동료’가 생겼다는 점을 꼽았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 달성했다고 증명할 수도, 증빙서류를 제출 할 수도 없는 변화들이지만 제게는 이 사업을 운영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생 혹은 직원으로 만난 관계에서, 서로 삶을 보듬고 지켜봐주고 응원해줄 수 있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행복합니다. 서로 많이 다르지만, 질문하고 이해하면서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만났던 예비교육생들이 지금은 카트만두 밸리 내 잘나가는 제빵사로, 창업자로 일하고 있고, 사무실의 유일한 직원이었던 분은 현지 매니저로 사업과 다른 직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적 부분 뿐 아니라 결혼, 출산과 같은 큰 이벤트부터 작게는 서로의 일상까지, 서로의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공유하고 축하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즐겁고 활력소가 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네팔에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준 두런두런에게 감사함을 전하고싶습니다. 2020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며 자신의 삶을 돌보고,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디디 베이커리에서 달콤한 빵과 쿠키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설탕. '진희'와 발음상 같아서 네팔어 이름이 ‘찌니(설탕)’가 되 버렸지만, 제 이름처럼 저도 이 곳에서 설탕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간지러운 말로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