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사업사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글로벌 풀뿌리 지원 : 숲과나눔 국제풀씨 사업

2025-09-23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글로벌 풀뿌리 지원 

- 숲과나눔 국제풀씨 사업

 

김혜승1), 이지현2) 인터뷰

 

◆—    숲과나눔 소개


이지현 : 숲과나눔은 2018년 7월에 설립되었습니다. 기후 위기와 AI 등 복잡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 아래, 환경·안전·보건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주요 비전으로 삼고 있어요. 이를 위해 석·박사 장학생 지원 사업과 특정 주제 연구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며, 동시에 다양한 시민사회 아이디어를 발굴·지원하는 단계적 시민 아이디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요.


재단 명칭은 이사장님의 철학을 반영해 직접 지으셨어요. ‘지지하는 생태계가 없으면, 어떤 한 그루의 잘 자란 나무 혼자서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다’는 철학을 담아, 서로 의지하며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숲 같은 지원 사업 ‘풀씨·풀꽃·풀숲’을 시작했지요. 이사장님은 이러한 철학이 실현되려면 ‘신뢰 기반’ 운영이 필수라 강조하셨어요. ‘1년에 100팀을 뽑아 모두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팀이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재단은 설립 초기 한 기업의 출연금으로 시작했지만, 기부 기업의 간섭 없이 독립 운영하도록 설계했어요. 재정과 회계는 투명하게 공개하며 연차 보고서와 세부 데이터를 모두 아카이브 합니다. 설립 전에는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실제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9년 치 사업 계획과 예산안을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했습니다.



숲과나눔 사업개요



◆—    국내 풀씨와 국제 풀씨에 대한 소개


이지현 : 국내 풀씨는 환경·안전·보건 분야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에요. 1단계 풀씨는 나이·기관 설립 등 조건 없이 팀당 300만 원을 지원하며, 1년에 100개 팀을 선발하는 것이 목표예요. 2단계 풀꽃은 정책·운동·사업으로 발전 가능한 아이디어를 평가해 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하고 행정·멘토링을 제공합니다. 사랑의열매와 함께하고 있는 초록열매 사업도 풀꽃 단계에 해당해요. 그 다음 단계인 풀숲은 한 단체를 지원하는 개념이 아니라, 풀씨 풀꽃을 통해 성공적으로 성장한 사업을 여러 단체와 풀씨들이 함께 장기적으로 함께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매년 3억의 예산으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종이팩 컬렉티브 같은 사업이 풀숲 단계의 사업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은데 기존 지원은 레퍼런스나 비영리 단체 등록 같은 복잡한 요건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발굴되기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희는 단계별 설계를 통해 개인·단체·팀·모임 구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서류도 간소화했으며 지원서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약을 최소화하여 참여자 스스로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더니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이 발굴되었어요. 저희의 핵심 목표였던 다양한 시민사회 과제를 지원함으로서 무엇보다 참여자 역량과 생태계 전체를 강화하는데 적절한 시스템이었다고 평가됩니다.  풀씨 사업의 경우 사업 5년 차에 임팩트 측정을 진행 결과, 참가자들의 재단의 신뢰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고, 이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사업 방식이 성공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풀씨도 동일한 모델로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이 판단을 바탕으로 국제 풀씨의 심사·운영에도 동일한 철학과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동일한 포맷으로, OECD DAC 수원국 목록에 있는 나라들의 풀뿌리 운동을 발굴하고 현지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아이디어 당 최대 3,000달러를 지원하며 올해까지 총 42개국에서 136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    젠더 관점을 통합한 심사기준

이지현 : 국제 풀씨 사업에도 국내 풀씨 사업의 철학과 운영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어서, 이 같은 신뢰 기반 모델에 ‘젠더 관점의 통합’을 더해 사업의 완결성과 지속 가능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국제 풀씨 사업을 준비하면서 첫 단계에 환경 기술과 환경 교육을 고려해 여성환경연대 김양희·이명선 대표님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모셨어요. 이분들의 국제개발·젠더 전문성 덕분에 사업 취지와 풀뿌리 조직 지원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심사 기준의 핵심은 젠더 관점의 통합입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르면 개발 현장의 문제들은 모두 성별 구조와 맞닿아 있고, 민주주의와도 밀접해서 단체나 리더를 선정할 때 성평등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진정한 풀뿌리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대표자의 성별이 아니라 실제 활동과 예산 사용 계획 전반에 젠더 감수성이 반영되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심사위원 구성 속 젠더 주류화



◆—    국제풀씨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과 극복사례


김혜승 : 운영 과정에서 현지 상황에 따른 연락 지연과 송금의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인터넷이 안 되거나, 전쟁·시위로 활동이 미뤄지고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죠. 특히 파푸아뉴기니 팀은 정전으로 이메일 확인이 불가능해 페이스북에서 UN 기구 담당자의 게시물을 통해 연락처를 확보해 소통을 재개해야만 했어요.


송금 과정에서는 분쟁 지역인 미얀마 팀에게 달러를 보내는 데 중개 은행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수수료가 늘어 실제 지급액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어요. 송금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전달한 적도 있습니다.


통장 개설의 경우 “이 프로젝트만을 위한 통장을 개설하라”라고 요청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땐 기존 팀장이나 다른 팀원의 통장을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대처했어요. 달러 계좌가 거부될 때는 다른 계좌를 다시 요청하며, 지연되더라도 활동비를 최대한 보내려고 끈질기게 노력했어요.


이처럼 다양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숲과나눔은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원해 연락을 시도하고 여러 대안을 모색하며 선별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    국제 풀씨 사업 성공 사례



[마다가스카르 하이브 우먼 팀] 소녀들의 건강한 삶과 자립 프로젝트      


김혜승 : 1기부터 3기까지 3년간 지원한 마다가스카르 하이브 우먼 팀은, 담당 팀장이 한국으로 귀국했음에도 팀원들이 현지에서 빈집을 센터로 활용해 성교육과 생리대 제작·전파 활동을 이어갔어요. 첫해에는 자체 자원으로 시작했던 것이 둘째 해에는 배운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피라미드식 전파’로 규모를 확대하고 셋째 해에는 거점 교육 센터를 설립하기까지 했습니다. 위생·보건 인식이 개선되고 생리 관련 결석이 줄어드는 등 여아들의 자립 기반을 넓힌 성공적인 사례였어요.


한번은 면화 수급이 어려워지자 제주 ‘지구별 가게’ 협동조합이 유기농 면 생리대 500개를 제작·발송해 주었어요. 물류비·통관 과정을 거쳐 연말에 전달하자, 현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나누는 영상과 노래·춤을 보내왔습니다. 국내 시민 아이디어 지원(국내 풀씨)과 해외 현장 지원(국제 풀씨)이 실제로 연결된 뜻깊은 순간이었어요.



Hive Women 마다가스카르




[네팔 칼파바티카 소사이어티 네팔 팀]  쓰레기 매립지 노동자들의 안전 프로젝트


김혜승 : 3년 동안 계속 활동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한 네팔팀이 있어요. 다섯 명의 대학원생들이 모여 쓰레기산에서 일하시는 비공식 노동자분들께 안전 장화를 배급하는 아이디어로 출발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은 단순 보호장비를 넘어 빈곤의 근본 원인에 주목했고, 금융 교육을 열고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 방안을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어요. 은행과의 협력까지 이어지면서 안전 이슈를 넘어, 제도·금융·고용 연계로 생활 기반을 강화하는 큰 변화였어요.



Kalpavaatika Society Nepal 네팔



[필리핀 이킬로스 바유간 팀] 자전거 친화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김혜승 : 인프라 부족과 교통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 거치대(바이크 렉) 몇 개를 직접 설치하는 실천으로 출발했어요. 3년 차에는 지역 대학교와 손잡고 공유 자전거 시스템으로 진화했고, 총장과 직접 소통하며 제도권 협력을 이끌어냈습니다. 작은 거치대에서 시작해 캠퍼스 모델로 확장하며 시민의 안전과 이동권을 함께 높일 수 있었어요.



◆—    핵심 성공 원인


김혜승 : 선정된 팀들을 관리한다는 개념보다 함께 성장한다는 태도로 “성공도 실패도 없다”는 것이 저희의 기조예요. 아이디어 실험이기에 그 결과에 ‘실패’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계획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최선을 다한 실행의 결과물이기에 사례들을 꼼꼼히 기록해 아카이브에 공개해요. 다양한 지역의 팀들이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고 배울 수 있도록 중간보고회가 아닌 공유회를 진행하며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합니다. 팀들은 경험이나 자격조건이 아닌 팀의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믿고 행정절차도 최소한으로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 준다는 점에서 재단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할 수 있어요. 


국내 풀씨사업은 더 나아가 선정된 팀이 힘들어하면, “왜 어려운가요?”를 먼저 묻고 멘토링도 붙여주며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갑니다. 행정·회계 역량 강화를 위해 4대 보험 납입 교육·시스템 구축까지 도와드려요.


우수한 아이디어나 인재를 발굴한 것은 성과로 평가되지만, 저희는 개별 팀이 아니라 시스템을 평가해요. 심사 시 운영 시스템에 대한 피드백은 해도 개별 팀 평가는 하지 않아요. 시스템 중심 평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학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0년 국제풀씨 연차보고서 인터뷰



◆—    숲과나눔 앞으로의 고민 미션 방향


김혜승, 이지현 :  숲과나눔은 단기 지원을 넘어 참여 단체가 자립과 성장 궤적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지원 모델을 바탕으로 하되 일회성 단기 지원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저희 재단의 기본 취지이기 때문에 우수 팀을 어떻게 지속 지원할 시스템을 구축할지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국제 풀씨에 20팀을 지원하기로 했었지만, 막상 접수를 받아보니 실행하고 싶은 우수한 아이디어들이 많아 30팀으로 확대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뛰어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은 것을 보며, 이 사업을 더 널리 알려야 더 많이 도와드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이리하여 본격적으로 미디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려고 해요.


국제 풀씨의 경우 예상하듯이 언어 접근성의 문제도 매우 중요한 해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언어 장벽에 따른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자의 허들은 낮추면서도 진정성 있는 팀을 선발하고 성장시켜나가야 하니까요. 이에 따라 지원자가 모국어로 된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또 심사할 때마다 매번 바뀌는 심사위원이 아닌 그동안 이 사업에 참여한 멘토와 같은 전문 심사위원들이 풀씨사업에 대한 애착과 노하우로 양질의 사업을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처럼, 숲과나눔의 미래 비전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성장시키는 것’이에요.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현지 리더를 늘리고, 자립을 넘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 구조와 운영 방식을 진화 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각주]

1) 숲과나눔 국제풀씨 사업 코디네이터 겸 매니저이다. 국제풀씨(Global Seed Grant)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2) 숲과나눔 사무처장이다. 올해 7년차 베테랑으로 숲과나눔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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