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
임자영(지디씨컨설팅 사업 FM)1)
여행지에서 변화의 현장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첫걸음
카리브해의 따스한 햇살,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바차타 음악, 그리고 눈을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들… 도미니카공화국은 처음에는 그저 나에게 '여행지'였다. 하지만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곳은 나에게 삶의 변화와 성장이 함께하는 현장이 되었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2)은 도미니카공화국 여성들의 빈곤 개선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성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여성들의 직업 기술 향상, 둘째, 여성들의 취업과 창업, 셋째, 성평등 인식 개선 및 문화 확산이다.
이 중 성평등 인식 개선 및 문화 확산을 위하여 나는 2023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도미니카공화국 현지에서 현장관리자(FM)로서 세 가지 활동을 수행하고 모니터링하였다. 이 글에서는 그중 두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처음으로 여성 중심 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하며 마주한 도전과 배움, 그리고 현장에서 목격한 작은 변화들의 의미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성인지 교육 매뉴얼 제작과 활용 교육
첫 번째 활동은 성인지 교육 매뉴얼 제작과 활용 교육이다. 이를 위해 나는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기술대학(INTEC)과 협력하여, 다섯 가지 모듈로 구성된 ‘성인지 교육 매뉴얼(Manual de Capacitación y Sensibilización en Género)’을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먼저 파트너 기관인 수페라떼(Supérate)의 직원들과 직업기술 훈련 강사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이들이 향후 직업기술 훈련생에게 성인지 교육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활동의 취지였다. 수페라떼에서는 이것을 ‘연쇄효과(efecto de cascada)’라고 불렀다. 즉, 교육을 받은 수페라떼 직원이나 훈련 강사가 그 내용을 다시 훈련생에게 전달함으로써, 교육의 영향력이 점차 확산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림 1] 성인지 교육 매뉴얼 표지
처음에는 수페라떼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로는 모두 ‘성인지 교육’이라고 번역되지만, 스페인어로는 ‘capacitación’과 ‘sensibilización’으로 서로 다른 표현이었다. 왜 굳이 구분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뉴얼 발간과 활용교육 과정을 거치며 교육 대상에 따라 목표와 내용,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명칭이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대상이 수페라떼의 직원이라면 교육 목표는 성인지적 관점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성 평등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대상이 직업기술 훈련 강사라면 성인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강사 양성(Training of Trainer, ToT)이 교육 목표이고, 대상이 훈련생이라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 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식과 태도 형성이 교육 목표이다. 이처럼 직무교육이나 강사 양성과 관련된 교육은 ‘capacitación’,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은 ‘sensibilización’으로 구분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매뉴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 대상과 독자에 맞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것을 파트너 기관, 사업 관리기관(PMC)3), 매뉴얼 활용 교육 실시 기관(INTEC), 그리고 교육 참여자 모두와의 공동의 이해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2024년에는 총 107명의 수페라떼 직원과 직업기술 훈련 강사가 산토도밍고, 하이나, 몬테크리스티 3개 지역에서 각 1회씩 진행된 교육에 참여하였다. 교육 모니터링을 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형적인 남성성을 주제로 한 롤플레잉 활동이다. 기억에 남는 상황은 ‘친구들과 외출하려는 청소년 아들과 딸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를 표현한 장면이었다. 교육 참여자들은 책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마초이즘(machismo)’을 주저함 없이 표현해 냈고, 그 솔직함이 인상 깊었다. 매뉴얼 활용 교육을 실시한 INTEC의 교수는 “우리 일상에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어렵지 않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같이 2024년의 성인지 교육 매뉴얼 활용교육 실시 경험은 매뉴얼 활용 교육에 있어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실습(experiential workshop)을 병행하는 것이 참여자들이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거나 체화(embodied) 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 점은 이후 평가회의에서 수페라떼의 담당 부서와 사업관리기관의 모두가 공감한 부분이기도 했다.
성평등 그룹 운영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활동은 성평등 그룹 활동이다. 수페라떼 지역사회 역량강화 센터(Centro de superacion Comunitaria, CSC)에서 훈련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성인지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CSC 밖의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성평등 문화 확산 활동을 이끌어갈 주체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업의 방향이었다.
이를 위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을 하는 그룹과, 이를 운영할 리더 선발해야 했다. 먼저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 주민들 중 15명에서 20명 규모의 그룹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총 45명의 예비 리더들이 매뉴얼 활용 교육에 참여했다. 그중 2024년 시범운영을 통해 선발된 4명의 리더는 자신들의 그룹원들에게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을 전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CSC 안에서는 성인지 교육이 이루어지고, CSC 밖에서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들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이 시작했다.
매뉴얼을 활용한 교육 과정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참여자들의 백래시(backlash)4)였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교육 중 성평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시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침묵으로 일축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때로는 성평등이나 젠더 관련 정책 중 일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여성의 권리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참여자들의 저항 반응을 처음 접한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반응’은 참여자 스스로가 믿어온 세계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사업의 젠더 전문가로부터 듣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시야를 넓혀갈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교육을 실시하는 교수와 함께 참여자들의 반응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며, 교육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교수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이에게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 자발적인 사고를 유도했고, 정보를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주장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맥락을 짚어주었다.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질 때는, 그것을 억누르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인정하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자 했다. 교육은 점점 ‘말할 수 있는 시간’이자 ‘듣는 연습의 공간’으로 변화하였고, 분위기는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서로 다른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에도 ‘존중’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장 강하게 비판을 쏟아냈던 한 참여자는, 마지막 날 교육 마지막 시간에 강사에게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말속에는 마음의 작은 변화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교육의 가장 조용하지만 큰 성과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림 2] 필자 제공, 성평등 그룹활동
이러한 매뉴얼 활용 교육을 통해, 2024년 성평 등 그룹 리더로 최종 선발된 참여자는 총 4명이었다. 이들이 이끄는 그룹을 통해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의 주민 71명이 총 네 번의 활동 중 두 차례 이상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발된 리더들은 격주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 성인지 교육 매뉴얼의 내용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 리더는 “주변에서, 가정이나 지역 안에서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는 폭력을 자주 목격해 왔지만, 그동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라며, “이제는 그것에 맞서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나 또한 CSC 밖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성 평등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걸음을 보며, 이것이 단순한 활동을 넘어 성평등 인식 개선과 문화 확산,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역 여성들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화의 현장, 그 시작과 끝: 더 나은 내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문화를 이해하며 파트너 기관과 함께 활동을 기획하고, 기획 의도를 공동으로 공유하며 사업 참여자들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들이 오히려 더 큰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 사업을 통해 성평등 인식 개선과 문화 확산을 넘어서,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의 여성들이 직업 역량을 향상하고 취업과 창업을 통해 많은 기회를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여정이 각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며, 나는 그 변화의 작은 부분이 되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그림 3] 필자 제공, 성평등 그룹활동
[각주]
1) 지난 5년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스페인어와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최근까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여성 중심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의 현장관리자로 활동했다.
2) KOICA. 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 http://koica.go.kr/dom_kr/8534/subview.do
3) Project Management Consultant
4) 백래시(backlash)는 성평등을 향한 진전이 있을 때 나타나는 사회적 반발 현상으로, 변화에 대한 불안이나 기존 질서 유지 욕구에서 비롯된다(Susan Faludi).
[참고문헌]
1) 지디씨컨설팅(2024). 성인지 교육 매뉴얼 활용 교육 결과보고서.
2) 지디씨컨설팅(2025). CSC 운영 기본계획서.
3) Faludi, S. (1991). Backlash: The undeclared war against American women. Crown.
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
임자영(지디씨컨설팅 사업 FM)1)
여행지에서 변화의 현장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첫걸음
카리브해의 따스한 햇살, 골목마다 울려 퍼지는 바차타 음악, 그리고 눈을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들… 도미니카공화국은 처음에는 그저 나에게 '여행지'였다. 하지만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곳은 나에게 삶의 변화와 성장이 함께하는 현장이 되었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2)은 도미니카공화국 여성들의 빈곤 개선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성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여성들의 직업 기술 향상, 둘째, 여성들의 취업과 창업, 셋째, 성평등 인식 개선 및 문화 확산이다.
이 중 성평등 인식 개선 및 문화 확산을 위하여 나는 2023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도미니카공화국 현지에서 현장관리자(FM)로서 세 가지 활동을 수행하고 모니터링하였다. 이 글에서는 그중 두 가지 활동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처음으로 여성 중심 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하며 마주한 도전과 배움, 그리고 현장에서 목격한 작은 변화들의 의미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성인지 교육 매뉴얼 제작과 활용 교육
첫 번째 활동은 성인지 교육 매뉴얼 제작과 활용 교육이다. 이를 위해 나는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기술대학(INTEC)과 협력하여, 다섯 가지 모듈로 구성된 ‘성인지 교육 매뉴얼(Manual de Capacitación y Sensibilización en Género)’을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먼저 파트너 기관인 수페라떼(Supérate)의 직원들과 직업기술 훈련 강사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이들이 향후 직업기술 훈련생에게 성인지 교육을 직접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활동의 취지였다. 수페라떼에서는 이것을 ‘연쇄효과(efecto de cascada)’라고 불렀다. 즉, 교육을 받은 수페라떼 직원이나 훈련 강사가 그 내용을 다시 훈련생에게 전달함으로써, 교육의 영향력이 점차 확산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림 1] 성인지 교육 매뉴얼 표지
처음에는 수페라떼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어로는 모두 ‘성인지 교육’이라고 번역되지만, 스페인어로는 ‘capacitación’과 ‘sensibilización’으로 서로 다른 표현이었다. 왜 굳이 구분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뉴얼 발간과 활용교육 과정을 거치며 교육 대상에 따라 목표와 내용,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명칭이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대상이 수페라떼의 직원이라면 교육 목표는 성인지적 관점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성 평등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대상이 직업기술 훈련 강사라면 성인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강사 양성(Training of Trainer, ToT)이 교육 목표이고, 대상이 훈련생이라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 평등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식과 태도 형성이 교육 목표이다. 이처럼 직무교육이나 강사 양성과 관련된 교육은 ‘capacitación’,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은 ‘sensibilización’으로 구분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매뉴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 대상과 독자에 맞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것을 파트너 기관, 사업 관리기관(PMC)3), 매뉴얼 활용 교육 실시 기관(INTEC), 그리고 교육 참여자 모두와의 공동의 이해를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2024년에는 총 107명의 수페라떼 직원과 직업기술 훈련 강사가 산토도밍고, 하이나, 몬테크리스티 3개 지역에서 각 1회씩 진행된 교육에 참여하였다. 교육 모니터링을 하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형적인 남성성을 주제로 한 롤플레잉 활동이다. 기억에 남는 상황은 ‘친구들과 외출하려는 청소년 아들과 딸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를 표현한 장면이었다. 교육 참여자들은 책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마초이즘(machismo)’을 주저함 없이 표현해 냈고, 그 솔직함이 인상 깊었다. 매뉴얼 활용 교육을 실시한 INTEC의 교수는 “우리 일상에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어렵지 않게 잘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같이 2024년의 성인지 교육 매뉴얼 활용교육 실시 경험은 매뉴얼 활용 교육에 있어 단순한 이론 전달을 넘어, 실습(experiential workshop)을 병행하는 것이 참여자들이 이론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거나 체화(embodied) 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 점은 이후 평가회의에서 수페라떼의 담당 부서와 사업관리기관의 모두가 공감한 부분이기도 했다.
성평등 그룹 운영
두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활동은 성평등 그룹 활동이다. 수페라떼 지역사회 역량강화 센터(Centro de superacion Comunitaria, CSC)에서 훈련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성인지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CSC 밖의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성평등 문화 확산 활동을 이끌어갈 주체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업의 방향이었다.
이를 위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을 하는 그룹과, 이를 운영할 리더 선발해야 했다. 먼저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 주민들 중 15명에서 20명 규모의 그룹 리더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총 45명의 예비 리더들이 매뉴얼 활용 교육에 참여했다. 그중 2024년 시범운영을 통해 선발된 4명의 리더는 자신들의 그룹원들에게 자신이 교육받은 내용을 전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CSC 안에서는 성인지 교육이 이루어지고, CSC 밖에서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들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이 시작했다.
매뉴얼을 활용한 교육 과정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참여자들의 백래시(backlash)4)였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교육 중 성평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시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침묵으로 일축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때로는 성평등이나 젠더 관련 정책 중 일부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여성의 권리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참여자들의 저항 반응을 처음 접한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반응’은 참여자 스스로가 믿어온 세계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사업의 젠더 전문가로부터 듣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시야를 넓혀갈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교육을 실시하는 교수와 함께 참여자들의 반응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며, 교육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교수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이에게는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 자발적인 사고를 유도했고, 정보를 선택적으로 인용하며 주장을 펼치는 이들에게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맥락을 짚어주었다.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질 때는, 그것을 억누르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인정하며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유지하고자 했다. 교육은 점점 ‘말할 수 있는 시간’이자 ‘듣는 연습의 공간’으로 변화하였고, 분위기는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서로 다른 생각이 오가는 가운데에도 ‘존중’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장 강하게 비판을 쏟아냈던 한 참여자는, 마지막 날 교육 마지막 시간에 강사에게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짧은 인사였지만, 그 말속에는 마음의 작은 변화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교육의 가장 조용하지만 큰 성과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림 2] 필자 제공, 성평등 그룹활동
이러한 매뉴얼 활용 교육을 통해, 2024년 성평 등 그룹 리더로 최종 선발된 참여자는 총 4명이었다. 이들이 이끄는 그룹을 통해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의 주민 71명이 총 네 번의 활동 중 두 차례 이상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선발된 리더들은 격주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 성인지 교육 매뉴얼의 내용을 함께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 리더는 “주변에서, 가정이나 지역 안에서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는 폭력을 자주 목격해 왔지만, 그동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라며, “이제는 그것에 맞서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알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나 또한 CSC 밖에서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성 평등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걸음을 보며, 이것이 단순한 활동을 넘어 성평등 인식 개선과 문화 확산,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역 여성들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화의 현장, 그 시작과 끝: 더 나은 내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문화를 이해하며 파트너 기관과 함께 활동을 기획하고, 기획 의도를 공동으로 공유하며 사업 참여자들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들이 오히려 더 큰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 사업을 통해 성평등 인식 개선과 문화 확산을 넘어서, 하이나와 몬테크리스티 지역의 여성들이 직업 역량을 향상하고 취업과 창업을 통해 많은 기회를 얻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여정이 각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하며, 나는 그 변화의 작은 부분이 되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그림 3] 필자 제공, 성평등 그룹활동
[각주]
1) 지난 5년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스페인어와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최근까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여성 중심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의 현장관리자로 활동했다.
2) KOICA. 도미니카공화국 여성 중심 취약계층 사회경제적 역량강화 사업. http://koica.go.kr/dom_kr/8534/subview.do
3) Project Management Consultant
4) 백래시(backlash)는 성평등을 향한 진전이 있을 때 나타나는 사회적 반발 현상으로, 변화에 대한 불안이나 기존 질서 유지 욕구에서 비롯된다(Susan Faludi).
[참고문헌]
1) 지디씨컨설팅(2024). 성인지 교육 매뉴얼 활용 교육 결과보고서.
2) 지디씨컨설팅(2025). CSC 운영 기본계획서.
3) Faludi, S. (1991). Backlash: The undeclared war against American women. C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