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글로벌 이슈] USAID 지원 중단이 미치는 영향

2025-04-28

 

USAID 지원 중단이 미치는 영향 


이현옥(서강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부교수)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원조 정책과 젠더 의제  


1. 미국의 대외원조 축소와 국제개발협력 현장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20일 ‘미국 대외원조 재평가 및 재조정을 위한 행정명령 14169호’를 발표하고, 90일간 대외원조를 중단하였다. 이어 3월 24일, 국무부는 전체 USAID 사업 중 86%(5,341건, 약 759억 달러) 해지하고, 14%(898건, 약 83억 달러)만을 지속한다고 발표했다.[1] 

 미국은 2023년 기준 약 647억 달러를 국제개발원조에 지출한 세계 최대의 공여국으로, 양자간 ODA의 분야별 비중은 긴급구호 (24.7%), 거버넌스 및 시민사회(22.2%), 보건 및 인구(13.8%) 순이다[2]. 

 이번 조치로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3]. 옥스팜 아메리카는 난민 캠프에 머무는 수많은 이들은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에 대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며, 아동 예방접종과 모성 건강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여성과 아동들이 질병에 더욱 취약해지고, 거버넌스 개선, 교육, 공공안전, 식량 생산 증대, 젠더 기반 폭력 및 분쟁 예방을 위한 국제개발협력사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4]. 실제로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는데, 4월27일 현재 816개의 단체가 응답한 Global Aid Freeze Tracker 설문결과에 따르면, 중단된 사업의 내용을 보면 보건 (237)와 거버넌스(179), 젠더(168), 환경(140), 인권(138), 교육(105)순이다[5]. 보건과 거버넌스는 미국 양자간 ODA 지출 내용과 유사하지만, 젠더, 환경, 인권, 교육과 같이 큰 예산 항목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업들이 중단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자국중심주의의 부상과 젠더 의제

 

당장 사업중단으로 인한 서비스 공백 문제도 시급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파행적 조치가 국제개발협력 필드에 가져오는 효과는 심각하다. 이번 조치의 논리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원조는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자국중심주의를 강하게 드러냈다. 행정명령에는 “미국의 외교정책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해외 원조는 더 이상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되었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를 대신해 원조 지출을 심사하는 것은 도덕적 책무”라며 이 조치를 옹호했다[6].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20일 “다양성·형평·포용(DEI)” 관련 프로그램을 연방정부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국제개발협력 관련 행정명령은 아니지만 다양성, 형평, 포용과 관련된 개발협력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전체 원조액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젠더 평등, 여성역량강화, 소수자 포용을 목표로 한 사업들이 우선적으로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7]. 미국 정부는 원조 효율 향상을 명분으로 “성과가 낮거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 대상에는 여성의 교육과 보건, 성폭력 방지, 소수자 인권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대거 포함되어있다[8]. 하인리히 뵐 재단의 보고서는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전 세계 여성·LGBTIQ 권리 증진에 중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며, 단순한 재정 손실을 넘어 사회적·보건적·정치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9]. 민주주의가 취약하고 시민사회 공간이 축소된 지역에서, 해외원조는 민주주의 증진, 인권 보호, 보건서비스,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와 같은 현지 정부가 다루지 않는 사회적 재생산의 핵심 분야를 가능케 하는 주요 재정 기반이다. 실제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민주주의 취약국에서는 여성권리 NGO들이 해외 원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는데, 지원 중단으로 단체 운영이 어려워져 젠더 폭력, 조혼, 모성보건 등의 현안에 대응하는 지역 역량이 붕괴되고 있다[10]. 요컨대, 미국의 원조 축소는 여성과 소녀들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성평등 정책의 국제적 진전을 거꾸로 되돌릴 위험을 안고 있다[11].

 

  • 국제개발협력 지형변화와 한국의 선택

 유럽위원회 대변인은 EU의 인도주의적 지원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EU만으로 재원의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며 각국의 책임분담을 요청했다[12]. 유럽의 전통적인 공여국들 역시 은근 슬쩍 대외원조를 줄이거나 자국이익 중심으로 대외원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자국중심주의에 편승하고 있다. 실제로 벨기에는 ODA 예산의 25%를 감축하고, 프랑스는 37%를 삭감했으며, 영국도 국방비 확보를 위해 약 40%의 대대적인 원조 예산 축소를 단행했다[13]. 한편, ODA 예산을 유지하는 나라에서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는 2025/26년 ODA를 전년 대비 확대하면서 그 75%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네덜란드도 협력대상국을 유럽 인근 위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14]. 이는 앞으로 공여국들이 지리적·분야적으로 보다 선택적이고 전략적으로 원조를 배분하여, 자신들의 외교·안보 이익과 긴밀히 연관된 국가나 이슈에만 집중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원조를 받는 지역 혹은 분야 사이의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15]. 

반면, 캐나다는 이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캐나다 국제개발부 장관(Ahmed Hussen)은 2025년 2월 “미국에서 국제개발 원조와 다양성, 형평성, 포용(DEI)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이 벌어지고 있지만, 캐나다는 결코 이러한 원칙을 포기하거나 원조 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16]. 캐나다 정부는 오히려 이 어려운 시기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의 가치와 개발원조 지원을 배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여성 및 소수자 권익, 인도적 지원에 대한 예산을 꾸준히 유지·확대할 방침이다. 캐나다는 이미 2017년부터 “여성주의 국제지원정책(Feminist International Assistance Policy)”을 표방하며 여성과 아동 건강, 성평등 사업에 중점을 두어 왔다.[17] 이처럼 캐나다는 가치 연대와 재정 기여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으로 국제개발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공여국들이 예산을 축소하는 가운데, 공여국으로써 한국의 역할도 더욱 기대된다. 한국 정부는 2020년대 들어 ODA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려왔으나 GNI 대비 0.16%(2021년) 수준으로 아직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2024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한국 개발협력 동료검토(Peer Review)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천명한 보편적 가치들 중 하나인 성평등은 전체 ODA 프로그램 전반에서 정책 목표로서 충분히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18]. 특히 “2020~2021년 한국의 양자 ODA 약속 중 성평등을 주요 또는 중요한 목표로 설정한 비율은 25%에 불과하며, 이는 DAC 평균 44%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에는 성평등 및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는 학계 및 시민사회 조직들이 존재하며,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이 개발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로 보건, 성평등, 인권, 교육 분야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한국이 보다 구체적이고 젠더 정의를 담보한 프로그램을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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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송지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개발협력 정책변화와 함의, IFAN FOCUS, 2025.4.16

[2] https://donortracker.org/donor_profiles/united-states#oda-spending

[3] 문일요, USAID 폐지 수순에 국제기구·NGO 대혼란... 한국, ODA 새로운 자금처 역할해야, 2025.4.3.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

[4] Oxfam America, What do Trump’s proposed foreign aid cuts mean? | Oxfam, 2025.4.2

[5] https://www.globalaidfreeze.com/

[6] Aljazeera, UN chief expresses ‘concern’ over Trump’s freeze on US foreign aid | United Nations News | Al Jazeera, 2025.1.27.

[7] Mohsin, Maryam, The impact of the USAid funding freeze: what we know so far | Bond,  2025.1.27

[8] ibid

[9] Merima Šišić and Derya Binışık, Beyond the Cuts: How the Defunding Affects Feminist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 Heinrich Böll Stiftung 2025.3.13

[10] ibid

[11] ibid

[12] Marta Iribarren, EU can't plug USAID funding gap including in Ukraine, Commission says | Euronews, 2025. 2.11

[13] Merima Šišić and Derya Binışık, Beyond the Cuts: How the Defunding Affects Feminist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 Heinrich Böll Stiftung 2025.3.13 

[14] 송지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개발협력 정책변화와 함의, IFAN FOCUS, 2025.4.16

[15] ibid

[16] John Longhurst, Canada commits to foreign aid funding amidst US freeze - CANADIAN AFFAIRS, 2025.2.6

[17] https://www.canada.ca/en/global-affairs/news/2017/06/canada_launches_newfeministinternationalassistancepolicy.html

[18] OECD 2024 OECD Development Co‑operation Peer Reviews: Korea 2024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oecd-development-co-operation-peer-reviews-korea-2024_889c6564-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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