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글로벌 성평등 의제] CSW 67에서 논의된 의제와 국제개발협력에의 함의

사무국
2023-05-08

글로벌 성평등, 의제

CSW 67에서 논의된 의제와 국제개발협력에의 함의


김혜주 제이에이치서스테인 선임연구원1) 


CSW 67과 우선의제

지난 3월 6일부터 17까지 뉴욕에서는 성평등에 대한 가장 큰 연례회의인 유엔여성지위위원회(이하 CSW)가 개최되었다. CSW는 매년 우선의제priority themes를 선정하고 행사 기간 동안 심층 논의를 진행하여 동 의제에 대한 합의결론agreed conclusions을 도출한다. 올해 67차위원회(이하 CSW67)의 우선의제로는 “성평등과 모든 여성, 여아의 권리신장을 위한 디지털 시대의 혁신과 기술 변화 및 교육Innovation and technological change, and education in the digital age for achieving gender equality and the empowerment of all women and girls”이 선정되었다.

 

젠더 데이터 공백과 디지털 젠더 격차

CSW67이 도출한 합의결론의 배경에는 젠더 데이터 공백gender data gap과 디지털 젠더 격차digital gender divide가 자리한다. UNESCO의 보고서(2021)에 따르면 전세계 공학 졸업생 4명 중 1명(28%), 인공지능 종사자의 5명 중 1명(22%)만이 여성이다. 또한, 이공계열STEM 학생 중 여성은 35%에 불과하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기술공학 연구자 및 종사자의 상당수가 남성인 상황에서, 남성을 디폴트로 상정하고 구현해내는 디지털 세상은 아날로그 세상의 남성 편향적 제도를 답습하고 데이터 공백을 야기한다. 젠더 데이터 공백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어디까지 모르는지를 모른다는 것에 있다. 기술의 편향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 내에서 경제, 환경, 사회, 교육, 보건 등 전 분야에 걸쳐 기술의 적용과 확산은 반복되며, 결과적으로는 성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디지털 젠더 격차 또한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 (2022)에 따르면 전세계 인터넷 접속자 중 남성이 여성보다 2.6억명 더 많다. 모바일 인터넷 접속률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16% 더 낮다 (GSMA, 2022). 이는 정보 공유의 장을 온라인으로 이전한 포스트팬데믹 시대에, 그리고 예전보다 빈번하고 강도 높게 발생하는 돌발기상현상이나 재해에 대한 정보 대부분을 디지털로 전송하는 기후변화 시대에서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한다.


[그림 1] CSW67 중 UN 사무총장과 시민사회 단체 타운홀미팅 사진 (UN Women/Ryan Brown)


CSW67의 합의결론

CSW67의 회의 참석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디지털 시대의 혁신과 기술 부문에서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신장 및 임파워먼트를 이루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결론을 도출하였다 (UN Women, 2023a).

합의결론은 기술의 혁신, 발전 및 적용과, 이와 관련한 디지털 정책에서 젠더를 전면적으로 주류화해야함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여성과 여아의 참여 장려뿐 아니라 ▲디지털과 기술이 여성과 소외계층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각기 다른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포용적인 온라인 및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수립·적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합의결론에서는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제언이 도출되었다.


[표 1] CSW67 합의결론 중 제언 요약 (UN Women, 2023b의 내용을 필자가 번역)

  • 분야와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과 여아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와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는 교육, 건강, 경제 역량강화 및 공공영역에의 참여 부문에서 더욱 장려될 수 있다.
  • 여성과 여아의 평등한 접근을 위한 장벽을 없앨 수 있도록 디지털 정책에서 젠더를 주류화한다. 디지털 정책은 빈곤 지역이나 농어촌과 외딴 지역에 사는 이들과 장애인, 원주민, 이주자와 노인을 포함한다.
  • 기술 발전에서 파생되거나 기술 사용으로 인해 증폭되는 젠더기반폭력gender-based violence에 대해 무관용원칙zero-tolerence을 적용하고, 공공과 민간 부문 주체가 젠더기반폭력의 방지와 근절을 우선시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한다.
  • 신기술 설계에서 젠더 관점을 주류화한다. 또한 신기술에 따른 리스크, 성 고정관념, 부정적 사회규범, 개인정보 보호 침해 등 문제에 대응하고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규정을 채택한다.
  • 첨단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gender parity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 및 프로그램을 장려한다. 이는 여성 친화적인 직장 및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젠더반응적 gender-responsive교육, 원격 학습 솔루션,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 교육을 결합한 학제간 접근interdiscilinary approaches 등을 포함한다.
  • 성 고정관념과 부정적 사회 관습을 타파하는 혁신을 이룬다. 동 혁신은 ▲디지털 콘텐츠 개발, ▲인식제고 캠페인 실시, ▲교수역량teaching competencies 강화 등을 통해 소년과 남아를 포함한 모든 청년이 성평등을 위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다.


국제개발협력에의 함의

디지털 젠더 격차는 저소득 국가로 갈수록, 또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더 벌어진다. 일례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 여성의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남성보다 26%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CSW67에서는 디지털 젠더 격차 해소, 혁신 및 기술 변화 증진과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만드는 데 있어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협력은 기술 인프라나 디지털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과 개도국으로의 기술 이전이 현지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려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최근의 기후변화 대응, 보건의료, 교육 등 타 분야 개발협력에서도 과학기술과 혁신은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추세이나, 범분야적 요소로 젠더를 고려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 방법론이나 프레임워크는 미비하다.

우리나라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2021-2025)은 4대 전략 목표 중 하나로 혁신적 ODA를 수립하였다. 동 목표에는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격오지도서·산간, 여성, 장애인 등 개도국 내 디지털 소외 지역 및 계층에 대한 디지털 접근성을 강화하고 역량 강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보건, 교육, 공공행정, 농촌개발 등 대다수 개발협력사업에 디지털 요소를 포함하고, ICT 등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ODA 사업의 기술 적용과 활용에 있어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수요를 파악하고, 사업의 결과가 각 성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성평등 마커가 적용되는 교육, 보건 등 일부 분야 ODA를 제외하고는 부재한 실정이다. 실제 개발협력 프로젝트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활동 내에서 기술을 전수하고 전달받는 이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성주류화 프레임워크를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가며

성평등에 대한 인식제고와 담론을 선도하고, 국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CSW에서 최초로 기술 혁신과 디지털에 대한 합의문이 도출되었다는 점에서 본 CSW67의 논의와 결과물은 큰 의의를 갖는다.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디지털 전환에 의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으나, 그동안은 각종 기술의 발전과 적용이 전세계의 여성과 소외계층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담론과 논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왔다. 본 CSW67이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것leave no one behind을 기본적 원칙으로 삼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내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성주류화 프레임워크와 방법론을 개발·적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이루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그림 2] CSW67 폐회식 사진 (UN Women/Rya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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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평등기자단으로, 지난 5년간 기후변화와 젠더 문제에 관심을 두고 국제개발협력 사업과 연구에 참여해왔다. 현재는 국제개발협력 컨설팅 회사인 제이에이치서스테인에 소속되어 거버넌스, 젠더 등 사회적 관점을 기반으로 기후변화 분야 사업 발굴, 이행 및 평가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hyeju.kim@jhsustain.com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21.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 (2021-2025).

GSMA, 2022. The mobile gender gap report 2022.

ITU, 2022. The gender digital divide.

UN ECOSOC, 2023. Innovation and technological change, and education in the digital age for achieving gender equality and the empowerment of all women and girls: 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

UNESCO, 2021. The race against time for smarter development.

UN Women, 2023a. CSW67 Agreed Conclusions.

UN Women, 2023b. Press release: UN 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reaffirms the role of technology and innovation, and education in the digital age in accelerating gender equ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