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젠더통합 국제개발협력'을 위하여
이명선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이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의 ‘젠더브리프’ 발간을 축하합니다. 젠더 브리프는 코이카의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젠더 의제 관련 소식 및 정보를 담아 분기별 발행하는 정기 브리프입니다.
개발협력과 젠더의 만남, 젠더와 개발협력의 통합 의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는 젠더를 고려하지 않는 젠더 중립적(gender-neutral) 접근법이나 몰성적(gender-blind) 접근법이 기존 성별에 부과된 역할이나 책임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이행함으로써 기존의 성차별이나 성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UNICEF, 2021)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개발협력은 개인적 수준의 여성역량강화나 지위 향상을 넘어 그 사회의 성불평등 원인 분석 및 해결, 대안을 포함하는 사업을 통해 기존 젠더 체계를 해체하고 성평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1)
국제연합이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로 의결하고,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여성의 배제와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과정에 여성 참여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접근(WID, Women in Development)을 채택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개발과 여성, 개발과 젠더 의제는 50여 년의 역사를 갖습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기존의 성별 관계 안에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추구하는 접근방식의 한계를 비판하며, 새로운 성평등 전략으로 젠더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GAD(Gender and Development) 접근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개발협력이 적극적으로 기존의 성불평등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개발과 성장 역시 불가능하다는 성찰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정부 관료나 관련 기관들이 여전히 젠더를 중요한 이슈로 인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개발협력과 젠더를 통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툴, 전문성 부재가 GAD접근의 성공을 저해하는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채택되면서, 개발협력과 젠더의 만남, 통합은 새로운 단계로 진전할 수 있었습니다. 성주류화는 모든 정치, 사회, 경제적 영역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의 기획, 이행, 모니터링, 평가 수행 시 여성과 남성의 경험과 필요를 조사해서 반영하고, 양성이 동등한 혜택을 받고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포괄적 전략을 말합니다. 특히 성주류화 전략은 사업 수행 시 여성이 부수적으로 참여하거나 단지 여성 지원을 포함하는 것을 넘어서 사업의 수행과정, 인력, 예산배정, 투입물, 결과, 영향 등 모든 과정에 젠더를 통합하기를 요구합니다.
한국도 개발협력 분야에서 범분야 이슈로서 젠더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다양한 젠더 관련 정책들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이카는 2009년 성인지 담당관직제를 신설하고 성평등 증진 및 여성역량강화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으며 성평등 중기전략을 수립하고 국제기준에 의거한 젠더 마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수준에서 몇몇 가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직 미흡합니다. 2019년까지 한국의 ODA 사업 중 성평등 사업은 12.2%에 불과했고, 2020년 30.9%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OECD DAC 회원국 평균인 44.3%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캐나다나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의 경우 성평등 사업 비중이 70%를 넘고 있음2)을 고려하면 갈 길이 아직 멀기만 합니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이나 OECD DAC 회원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국제개발협력 공여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젠더 부문의 진전은 더디게 느껴집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 제고, 사업성과 확대를 위해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3) 통합적 접근은 수원국의 복잡한 개발문제 해결을 위해 섹터 중심 프로그램보다 다분야 성격의 통합적 프로그램의 구조화가 더 유용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통합적 접근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정부, 시민사회, 민간 등) 간의 협력에 기반 한 다차원적 통합과 다양한 섹터간의 다분야적 통합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런데 개발협력 사업에서 범분야 이슈로서 젠더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은 이미 구조적으로 ‘통합적 접근’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합적 접근에 가장 적합한 모델, 혹은 통합적 접근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문이 바로 젠더 관련 개발협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두런두런은 2011년 첫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젠더통합 국제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4) 젠더통합 개발협력은 ‘젠더와 개발의 통합’ 접근에 기반해 사업을 수행하며, 궁극적으로 성평등에 기여함을 목표로 합니다. 가령 한 사회에서 여성의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젠더 관계 및 성불평등 구조와 복합적으로 교차되고 있습니다. 두런두런은 네팔, 라오스, 인도네시아에서 취약계층 여성역량강화 사업 수행을 하면서 현재 여성들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는 미용이나 재봉 등 전통적 교과목뿐 아니라 점차 IT교육 등 전략적 수요를 반영하는 교과목 개설로 사업을 확대해 기존의 젠더관계 변화를 고려했습니다. 또한 직업교육 교과과정에 젠더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포함하고, 가족이나 강사, 지역사회의 성평등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나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련 공무원이나 지역 NGOs,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젠더 전문성 향상 및 정책 환류를 목적으로 워크숍, 정책 교육, 초청연수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5)
그러나 현장에서 젠더통합 개발협력사업의 수행은 계획대로 매끄럽게 진행되기보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하고 웅덩이가 패어있는 길을 가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대부분의 개발협력사업이 내재한 여러 어려움 이외에도 젠더 통합적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사업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와 실무자들의 젠더 전문성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젠더 전문성이란 젠더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 젠더 통합적 사업의 기획, 젠더 사업 수행 및 평가에 필요한 방법론이나 툴의 활용 능력, 젠더정책의 환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입니다. 물론 담당자의 역할이나 지위, 의사결정권에 따라 요구되는 젠더전문성의 내용과 수위는 다르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관통하는 요인은 ‘젠더 관점’ 즉 성불평등을 인지해내고 이를 개선하려는 지적·실천적 인식과 가치입니다. 이는 단지 개인에게 요구되는 가치나 능력을 넘어서 젠더통합 개발협력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제되는 핵심 구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코로나 팬데믹은 개발협력 분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여성들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성불평등 심화를 고착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 비정규직이거나 가내수공업 종사율이 높은 여성들은 락다운이나 경기침체로 인해 실직하거나 수입 감소로 인한 빈곤 심화 문제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학업 중단 및 조혼 증가, 보건 인력의 코로나 대응집중으로 인한 모자보건 서비스의 접근성 하락, 고립으로 인한 GBV 증가 등 젠더 이슈가 더 심각하게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영향이 고착되지 않도록 장단기적 회복을 지원하는 개발협력사업 강화 및 젠더 관련 지원 사업 분야의 확대를 강하게 제언하고 있습니다.6)
이런 시점에서 젠더 브리프 발간은 성평등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확대 및 젠더 통합적 개발협력 사업 강화를 위한 정부, 시민사회,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책전문가, 개발협력실무자,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젠더 전문성을 지원하는 브릿지가 될 것입니다. 젠더브리프는 주요 글로벌 젠더 의제 관련 소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함은 물론 젠더통합 사업의 사례를 수집하고 관련된 방법론과 툴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젠더 개발협력 정책과 이론, 사례, 이슈들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젠더 브리프는 또한 글로벌 젠더 의제의 공유와 소개를 넘어서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 사업에서 수행하는 정책연구, 실무자 역량강화, 네트워크 활성화 세 분야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브릿지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젠더브리프가 담아내는 내용들은 정책연구 사업의 글로벌 젠더의제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과 젠더통합 사업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공유될 예정입니다. 또한 실무자 및 관리자들의 젠더 역량강화사업으로 진행되는 온 오프라인 프로그램, 그리고 개발협력 종사자와 일반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젠더역량 지원 사업 및 네트워크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젠더 브리프의 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젠더브리프가 젠더와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 실무자, 일반시민들의 포럼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김은미(2022), “여아-여성 권한 증진사업에서의 통합적 접근의 의미와 중요성: 젠더 변혁적 접근법을 중심으로”, 월드비전 국제개발협력 포럼
2) 오지영(2023), “국제사회의 주요 젠더 이슈와 개발협력 정책과제”, <KIEP오늘의 세계경제> Vol.23. No.1
3) 남청수(2022), “KOICA의 통합적 접근 : 젠더분야의 사업발굴 및 기획 수립”, <월드비전 국제개발협력 포럼>
4) 장필화(2013), “지속가능한 발전과 젠더”, 차인순, “젠더통합적 공적개발원조 확대를 위한 국회의 역할”, <지속가능한 발전과 젠더 : 젠더통합적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정책간담회>
5) dorundorun.org
6) 박수영 외(2020), “개발협력의 관점에서 본 코로나 19의 영향과 대응방안”, <개발과 이슈> 제 61호
김효정(2020), “코로나 19와 가정폭력 : 팬데믹의 젠더화된 효과:, <여성연구> Vol. 107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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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통합 국제개발협력'을 위하여
이명선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이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의 ‘젠더브리프’ 발간을 축하합니다. 젠더 브리프는 코이카의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젠더 의제 관련 소식 및 정보를 담아 분기별 발행하는 정기 브리프입니다.
개발협력과 젠더의 만남, 젠더와 개발협력의 통합 의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특히 국제사회는 젠더를 고려하지 않는 젠더 중립적(gender-neutral) 접근법이나 몰성적(gender-blind) 접근법이 기존 성별에 부과된 역할이나 책임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이행함으로써 기존의 성차별이나 성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UNICEF, 2021)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개발협력은 개인적 수준의 여성역량강화나 지위 향상을 넘어 그 사회의 성불평등 원인 분석 및 해결, 대안을 포함하는 사업을 통해 기존 젠더 체계를 해체하고 성평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1)
국제연합이 1975년을 세계여성의 해로 의결하고,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여성의 배제와 소외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과정에 여성 참여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접근(WID, Women in Development)을 채택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개발과 여성, 개발과 젠더 의제는 50여 년의 역사를 갖습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기존의 성별 관계 안에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추구하는 접근방식의 한계를 비판하며, 새로운 성평등 전략으로 젠더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GAD(Gender and Development) 접근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개발협력이 적극적으로 기존의 성불평등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개발과 성장 역시 불가능하다는 성찰에 기반합니다. 그러나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정부 관료나 관련 기관들이 여전히 젠더를 중요한 이슈로 인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개발협력과 젠더를 통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툴, 전문성 부재가 GAD접근의 성공을 저해하는 문제점으로 드러났습니다.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가 채택되면서, 개발협력과 젠더의 만남, 통합은 새로운 단계로 진전할 수 있었습니다. 성주류화는 모든 정치, 사회, 경제적 영역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의 기획, 이행, 모니터링, 평가 수행 시 여성과 남성의 경험과 필요를 조사해서 반영하고, 양성이 동등한 혜택을 받고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포괄적 전략을 말합니다. 특히 성주류화 전략은 사업 수행 시 여성이 부수적으로 참여하거나 단지 여성 지원을 포함하는 것을 넘어서 사업의 수행과정, 인력, 예산배정, 투입물, 결과, 영향 등 모든 과정에 젠더를 통합하기를 요구합니다.
한국도 개발협력 분야에서 범분야 이슈로서 젠더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다양한 젠더 관련 정책들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이카는 2009년 성인지 담당관직제를 신설하고 성평등 증진 및 여성역량강화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으며 성평등 중기전략을 수립하고 국제기준에 의거한 젠더 마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책적 수준에서 몇몇 가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직 미흡합니다. 2019년까지 한국의 ODA 사업 중 성평등 사업은 12.2%에 불과했고, 2020년 30.9%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OECD DAC 회원국 평균인 44.3%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캐나다나 스웨덴, 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의 경우 성평등 사업 비중이 70%를 넘고 있음2)을 고려하면 갈 길이 아직 멀기만 합니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이나 OECD DAC 회원국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국제개발협력 공여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젠더 부문의 진전은 더디게 느껴집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 제고, 사업성과 확대를 위해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3) 통합적 접근은 수원국의 복잡한 개발문제 해결을 위해 섹터 중심 프로그램보다 다분야 성격의 통합적 프로그램의 구조화가 더 유용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통합적 접근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정부, 시민사회, 민간 등) 간의 협력에 기반 한 다차원적 통합과 다양한 섹터간의 다분야적 통합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런데 개발협력 사업에서 범분야 이슈로서 젠더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은 이미 구조적으로 ‘통합적 접근’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 점에서 통합적 접근에 가장 적합한 모델, 혹은 통합적 접근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부문이 바로 젠더 관련 개발협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두런두런은 2011년 첫 사업을 시작한 이래, ‘젠더통합 국제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4) 젠더통합 개발협력은 ‘젠더와 개발의 통합’ 접근에 기반해 사업을 수행하며, 궁극적으로 성평등에 기여함을 목표로 합니다. 가령 한 사회에서 여성의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젠더 관계 및 성불평등 구조와 복합적으로 교차되고 있습니다. 두런두런은 네팔, 라오스, 인도네시아에서 취약계층 여성역량강화 사업 수행을 하면서 현재 여성들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는 미용이나 재봉 등 전통적 교과목뿐 아니라 점차 IT교육 등 전략적 수요를 반영하는 교과목 개설로 사업을 확대해 기존의 젠더관계 변화를 고려했습니다. 또한 직업교육 교과과정에 젠더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포함하고, 가족이나 강사, 지역사회의 성평등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나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련 공무원이나 지역 NGOs,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젠더 전문성 향상 및 정책 환류를 목적으로 워크숍, 정책 교육, 초청연수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5)
그러나 현장에서 젠더통합 개발협력사업의 수행은 계획대로 매끄럽게 진행되기보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하고 웅덩이가 패어있는 길을 가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대부분의 개발협력사업이 내재한 여러 어려움 이외에도 젠더 통합적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사업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와 실무자들의 젠더 전문성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젠더 전문성이란 젠더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 젠더 통합적 사업의 기획, 젠더 사업 수행 및 평가에 필요한 방법론이나 툴의 활용 능력, 젠더정책의 환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입니다. 물론 담당자의 역할이나 지위, 의사결정권에 따라 요구되는 젠더전문성의 내용과 수위는 다르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관통하는 요인은 ‘젠더 관점’ 즉 성불평등을 인지해내고 이를 개선하려는 지적·실천적 인식과 가치입니다. 이는 단지 개인에게 요구되는 가치나 능력을 넘어서 젠더통합 개발협력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전제되는 핵심 구조입니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코로나 팬데믹은 개발협력 분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여성들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미쳐 성불평등 심화를 고착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성보다 비정규직이거나 가내수공업 종사율이 높은 여성들은 락다운이나 경기침체로 인해 실직하거나 수입 감소로 인한 빈곤 심화 문제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학업 중단 및 조혼 증가, 보건 인력의 코로나 대응집중으로 인한 모자보건 서비스의 접근성 하락, 고립으로 인한 GBV 증가 등 젠더 이슈가 더 심각하게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영향이 고착되지 않도록 장단기적 회복을 지원하는 개발협력사업 강화 및 젠더 관련 지원 사업 분야의 확대를 강하게 제언하고 있습니다.6)
이런 시점에서 젠더 브리프 발간은 성평등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확대 및 젠더 통합적 개발협력 사업 강화를 위한 정부, 시민사회, 민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책전문가, 개발협력실무자,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젠더 전문성을 지원하는 브릿지가 될 것입니다. 젠더브리프는 주요 글로벌 젠더 의제 관련 소식과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함은 물론 젠더통합 사업의 사례를 수집하고 관련된 방법론과 툴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젠더 개발협력 정책과 이론, 사례, 이슈들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젠더 브리프는 또한 글로벌 젠더 의제의 공유와 소개를 넘어서 “개발협력 젠더 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 사업에서 수행하는 정책연구, 실무자 역량강화, 네트워크 활성화 세 분야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브릿지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젠더브리프가 담아내는 내용들은 정책연구 사업의 글로벌 젠더의제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과 젠더통합 사업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공유될 예정입니다. 또한 실무자 및 관리자들의 젠더 역량강화사업으로 진행되는 온 오프라인 프로그램, 그리고 개발협력 종사자와 일반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젠더역량 지원 사업 및 네트워크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장이 될 것입니다.
젠더 브리프의 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젠더브리프가 젠더와 개발협력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 실무자, 일반시민들의 포럼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김은미(2022), “여아-여성 권한 증진사업에서의 통합적 접근의 의미와 중요성: 젠더 변혁적 접근법을 중심으로”, 월드비전 국제개발협력 포럼
2) 오지영(2023), “국제사회의 주요 젠더 이슈와 개발협력 정책과제”, <KIEP오늘의 세계경제> Vol.23. No.1
3) 남청수(2022), “KOICA의 통합적 접근 : 젠더분야의 사업발굴 및 기획 수립”, <월드비전 국제개발협력 포럼>
4) 장필화(2013), “지속가능한 발전과 젠더”, 차인순, “젠더통합적 공적개발원조 확대를 위한 국회의 역할”, <지속가능한 발전과 젠더 : 젠더통합적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정책간담회>
5) dorundorun.org
6) 박수영 외(2020), “개발협력의 관점에서 본 코로나 19의 영향과 대응방안”, <개발과 이슈> 제 61호
김효정(2020), “코로나 19와 가정폭력 : 팬데믹의 젠더화된 효과:, <여성연구> Vol. 107 No.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