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행사리뷰] 2024 여성회의 '페미니즘과 기후정의'를 연결하고 연대하기

2024-12-23


2024 여성회의 '페미니즘과 기후정의'를 연결하고 연대하기

 

윤정숙(녹색연합공동대표)1)

 

지난 11월 중순 천안에서 ‘2024 여성회의’가 열렸다. 전국에서 20대-70대 여성운동가, 연구자, 여성기후운동가들 100여 명이 ‘페미니즘과 기후정의’을 주제로 모였다. 한국여성재단이 2011년 첫 여성회의를 개최한 이래, 일곱 번째인 올해 여성회의는 ‘기후정의는 왜 페미니즘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기후위기와 생태적 재앙에 직면해 여성운동과 여성주의 관점에서 무엇이 기후정의인지, 페미니즘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토론하며 서로 연결하고 연대하는 길을 모색하는 위한 회의였다. 이틀간 열린 회의는 시종 진지하고 유쾌한 만남의 자리였고, 함께-되기(Being with)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림 1] 페미니즘-기후정의 여성회의 현장 사진, 한국여성재단 제공

 

‘우리는 모두 기후의 일부이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닥친 위기이며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의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로 나타나진 않으며, 물론 젠더중립적이지 않다. 기후위기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취약함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여성의 일상, 노동, 마음, 정신과 몸 모든 것에 새로운 위기를 몰고 온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여성회의를 기획하게 된 동기였고, 당연한 기획이었다.

 

여성회의의 문을 연 첫 순서는 <기후감정 워크숍>이었다. 밖으로 나가 우리를 둘러싼 공기와 햇볕, 바람의 깊이 느껴보는, 우리 존재를 위협해 오는 기후를 우리 각자의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듣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모든 몸은 날씨를 다르게 느낀다’. 그 다르게 느껴지는 감각을 소중하게 살피고, 섬세히 주목하고 표현하는 것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흥미 있는 워크숍이었다. ‘기후감정’을 소환하는 이런 프로그램은 어쩜 여성회의와 같은 페미니스트 기후회의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 순서는 <드러내는 장>이었다. 여러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경험하는 기후위기의 실상을 증언하고 대안을 제안해 주었다. 각기 다른 현장의 증언이었지만, 모두 ‘기후정의가 왜 페미니즘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관통하는 생생한 발표였다. 농업, 노동, 젠더폭력, 전쟁과 군사사업 분야의 활동가들은 기후위기가 어떻게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지 구체적으로 전해주었는데, 발표를 경청하며 참석자들은 기후위기와 여성, 기후정의와 여성운동, 기후정의와 젠더정의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알아갈 수 있었다. ‘기후위기 최전선, 여성농민의 권리를 말하다’는 주제로 발표한 여성농민회의 발표자는 기후위기로 농작물생산이 줄고, 농사일과 생산비는 증가하는 현실 속에 이미 식량위기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수입의존의 식량정책은 자립과 땅 살리기 농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자신들이 바로 ‘지구를 식히는 여성농민’이라고 마무리했는데, 참가자들은 응원과 공감의 큰 박수로 화답하였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 젠더폭력에 맞서다’는 주제 발표는 기후재난이 젠더, 계급, 인종 등을 가로지르며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특히 젠더(성)폭력이 얼마나 어떻게 심화되는지 이야기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쟁과 기후위기: 군사산업의 지역화에 대한 고민들’을 주제로 한 발표는 전쟁과 군대, 군수산업이 막대한 탄소배출과 토양오염으로 기후위기를 크게 악화시킨다고 했다. 특히 이런 산업들이 지역화되면서 지역은 이중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실은 우리가 기후위기와 동시에 평화를 함께 사유하고 행동해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드러내는 장>의 시간은 기후위기와 여성의 삶, 또한 젠더정의와 기후정의의 교차점에 대한 질문과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도록 독려하는 시간이었다.

 

기후행동을 주도하는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2년 후에 다시

세 번째는 <지키는 장>은 네 개의 주제로 나뉜 분과세션이었다. 각 분과의 주제는 모두 지금 기후행동과 기후담론에서 가장 활발하게 주목되는 뜨거운 주제들이었다. 각자의 관심대로 찾아간 토론 방을 꽉 채운 참석자들의 관심과 질문들이 이어졌다.

1) 기후위기와 세대 간의 정의 2) 풀뿌리운동과 초국적 연대 3) 탈 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4) 마을에서 만나는 기후행동. 많은 참가자들이 동시에 열려서 놓치게 된 다른 세션의 주제들을 아쉬워했다. ‘기후위기와 세대 간 정의’ 분과에서는 기후행동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는 두 그룹이 나와서 ‘60+기후시민(Grey Green)의 출현’과 ‘가장 앞에 서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청소년세대’의 기후행동 사례를 들려주었다. 각 세대들은 기후위기 앞에 어떻게 선언하고 행동하는지를 ‘기후세대 간 정의’라고 명명했는데, 이처럼 10대와 60+세대의 기후행동을 한 자리에서 듣는 시간은 발표자와 청중들도 모두에게 흥미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운동과 초국적 연대를 이끌어가는 여성농민의 이야기, 탈성장 사회에서 다르게 살기를 꿈꾸며 실천하는 사례들, 마을에서 벌이는 도시농업과 경계 없는 돌봄을 통해 기후위기 너머의 생태전환을 바라보는 이야기 등이 이어졌다. 이들 각 분과 주제는 <페미니즘과 기후정의>를 연결하고 연대하자는 이번 여성회의의 큰 주제 안에서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내용들이다. 다양한 주제들을 접하면서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적 기후행동을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상상하고 기획할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둘째 날 <어우러지는 장>은 전날에 배워둔 ‘지구 안고 훌라춤’으로 만났다. 아침에 춤으로 몸을 풀어낸 후에 가진 '디브리핑(debrifing)-우리의 Crossing' 시간에는 참가자들이 토론하며 쏟아낸 여러 생각과 이야기를 정리해 보고하였으며, 바로 이어진 ‘연결과 연대의 피켓 만들기’에 짧고 강력한 우리의 메시지를 만드는 유쾌하게 소란스러운 시간으로 이틀간 회의를 모두 마쳤다.

 

지난 여섯 번의 여성회의는 모두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이었는데, 이번 회의에는 기후위기와 페미니즘/여성운동의 만남이 주제였다. 기후위기의 재난과 재앙이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페미니즘은 기후정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서로 지지와 연대를 만들어 갈 좋은 기회였다. 2년 후 2026년 여성회의에서 우리는 다시 만난다. 그때는 우리가 만들어낸 기후정의의 과감한 변화와 연대의 성취를 공유하게 되지 않을까. 여성들이 지역에서 각자의 삶 곳곳에서 만들어낸 다양하고 풍성해진 페미니스트 기후행동과 기후여성행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각주]

1) 녹색연합공동대표이자 60+기후행동 운영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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