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포커스] 성-대응적 gender-responsive 기후정책과 행동 : COP29가 남긴 과제

2024-12-23


성-대응적 gender-responsive 기후정책과 행동 : COP29가 남긴 과제

 

김은경(세종리더십 개발원 원장)1)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UNFCCC COP29)가 막을 내렸다.2)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예정된 폐막일(11.22.)에서 이틀이 지난 11월 24일 오전 10시 30분(한국 기준, 아제르바이잔 새벽 5시 30분) 경에 폐막하였다. 유엔여성 UNWOMEN 은 COP29의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3)


“11월 24일 당사국총회는 2035년까지 매년 3000억 불에 달하는 기후 재정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등 기후행동에 관한 주요 합의점을 도출했다. 총회를 통하여 성평등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지속가능한 글로벌경제를 위한 성-대응적인 전환을 요구했고 모든 기후행동에 성평등과 여권주의적 원칙의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을 기후재정의 중요한 대상 집단으로 인정하고, 저탄소경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에 필수적인 비공식 경제에서 여성을 인정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즉 성-대응적인 기후정책과 행동에 대한 그들의 의지를 재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직면한 특수한 상황과 교차적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COP29의 결정은 성-대응적 기후행동을 향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UNFCCC, Gender & Women at COP 29(Photo: UN Climate Change - Kiara Worth)

COP29에서 성-대응적인 관점의 기후정책과 행동에 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놓친 중요한 기회란 무엇일까? 유엔여성은 성인지적 기후재정에 대한 명확한 목표 부재,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는 리더십, 교차성에 대한 이해 부족, 성별 분리통계 생산의 미흡함,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 채택 실패 등을 문제 삼았다.  


UNFCCC를 중심으로 진행된 기후위기 극복 노력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당사국총회 결과물로서 탄생한 파리협정 Paris Agreement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파리 협정으로 시작된 이른바 ‘신기후 체제’는 교토체제와는 다른,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출발했다. 이에 당사국들은 2011년 제17차 더반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체제를 설립할 것에 합의(더반 플랫폼 Durban Platform for Enhanced Action)하고 이를 위한 협상을 2015년까지 완료하기로 한다. 그리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합의문 작성을 위한 15차례 협상을 진행한 뒤 마침내 2015년 12월 12일 파리협정을 채택하게 된다.4) 

파리협정은 목표부터 행위자에 이르기까지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다른 다양한 수준의 차별성을 지닌다.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지구의 평균 온도가 2°C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논의 과정에서 ‘2°C보다 훨씬 아래 well below’로 유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점,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후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상향식 방식을 채택한 점, 즉, 당사국 스스로 상황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목표를 정하는 국가결정기여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정한 점 등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또 한 가지 특징은 기후행동이 전 인류의 공통 과제임을 인식하고 당사국들이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취할 때 성평등 gender equality과 여성의 역량강화 empowerment of women를 존중하고, 증진하고, 고려해야 함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성-대응적 기후행동의 원칙은 전문을 비롯하여 제7조 적응 조항, 제11조 역량강화 조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제7조 5항은 적응 행동이 국가 주도적 national-driven이고 성인지적이며 참여적인 투명한 접근방식 a country-driven, gender-responsive, participatory and fully transparent approach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였고, 제11조에서는 역량강화는 (...) 참여적이고 교차적이고 성-대응적인 과정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림 2] UNFCCC, Gender under the UNFCCC


그러나 이와 같은 성-대응적 관점의 기후행동의 중요성에 관한 선언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와 성평등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제27차 당사국총회 기간 중 유엔여성 사무총장 Sima Bahous는 당사국총회 기간 중 열리는 ‘젠더 데이 Gender day’를 맞아 다음과 같은 3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5)

첫째, 여성과 소녀들의 온전하고 평등하고 의미 있는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재정, 기술, 토지 등 생산 자원에 접근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을 겪고 있다. 이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대안적인 개발 모델을 통해 여성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투자에 관한 당사국총회의 결정에서 여성단체, 청년여성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도록 보장하고 이로써 여성들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29차 당사국총회 결정에서도 이와 같은 요구는 반복되고 있다.6)

당사국 총회 대표단의 성별균형이 나아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과 소녀들의 완전하고 의미 있는 참여를 촉구하였고, 역량강화, 지식관리, 경험 공유가 성-대응적 기후행동의 계획과 실행에서 관련행위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성 증진과 확대에 필수적임을 확인하고, 기후정책과 행동의 성주류화와 성별분리통계를 작성하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당사국의 국가 보고에서 젠더에 관환 강화된 리마행동프로그램 LWPG 과 젠더행동계획 GAP 실행에 관한 그동안의 노력을 포함시키는 일, 성-대응적인 기후정책과 행동의 수단들이 당사국들에게 의지를 고취시키고 성평등,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 일다운 일과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강화시킬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다음의 계획들을 결정문에 포함시켰다. 


  • 젠더에 관한 리마작업프로그램 LWPG 을 2034년까지 10년 더 연장하고, 강화된 리마 작업 프로그램 Enhanced Lima work programme on gender에 대한 이행 검토는 진전 상황, 도전 과제,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할 작업을 확인하기 위해 2029년 6월에 열리는 집행부속기구(SBI) 제70차 회의에서 시작한다. 
  • 2029년 11월에 열리는 제71차 당사국 회의에서 검토를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행부속기구는 제34차 당사국총회(COP)에서 고려하고 채택될 수 있도록 초안을 마련한다.
  • 집행부속기구(SBI)는 2024년에 실시된 강화된 리마 작업 프로그램 및 젠더 행동 계획 검토 결과와 이를 관한 의견을 바탕으로 제62차 회의(2025년 6월)에서 새로운 젠더 행동 계획의 개발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제30차 당사국총회(COP)에서 고려 및 채택할 수 있도록 초안을 마련한다. 
  • 당사국 차원에서는 기후협상과 실행, 평가를 위해 국가젠더기후변화담당관 NGCCFP을 지명하고, 당사국과 관련 기관들에게 젠더에 관한 리마작업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후 변화 상황 하의 성평등 달성과 여성과 소녀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남성과 소년들이 변화의 주체이자 수혜자로서 나아가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맹으로 온전히 참여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국제사회 논의와 요구에 발맞추어 우리의 성-대응적 기후정책과 행동은 어디에서 출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대한민국정부가 응답하지 않는 국가젠더행동계획 GAP 수립과 성-대응적 기후정책 관련 활동이 보여주는 문제점과 한계를 분명히 하고 기후정책과 행동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관련 기관들에게 부여된 책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 GAP 우선순위영역 5가지를 근거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출발점’을 규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첫째, 소극적이고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가젠더기후변화담당관(NGCCFPs)의 역할강화 (우선순위 영역 A-1)이다. 담당관의 역할은 국가기후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해 관련 부처 간 조율과 협력, 전문역량 제고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 대표단 구성과 대표단의 성인지역량 강화에 이르기까지 국가 단위의 성-대응적 기후정책의 중심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7) 극히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국 정부 NGCCFP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성별 간 영향 분석과 대국민 소통 (우선순위 영역 A-4 & 5)의 문제이다. 몰성적인 gender-blind 기후정책은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반대로 적절하게 설계된 정책은 성평등에 기여하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젠더와 기후변화 분야에 대한 연구 강화, 에너지 소비와 돌봄 관련 이동 수단 등에 대한 교차적 접근을 사용한 성별 질적·양적 통계 수집 등이 필요하며 성별영향 평가 예산 확보와 지역 region, 국가 national, 지방 local 단위의 정책결정자와 시민사회에 적용 가능한 결과물 생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구결과는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기타 혁신적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과 의식제고에 기여하도록 공유한다. 셋째, 고위급 여성대표단의 구성과 여성리더십 역량 강화 (우선순위 영역 B)이다. 협상 대표단에 참여해야 하는 지역 단위의 다양한 여성그룹들을 실무그룹에 포함시켜 당사국총회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리더십과 협상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사전 워크숍, 온라인 교육·훈련, 세미나 등을 조직, 운영한다. 넷째, 젠더와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 플랫폼 구축 (우선순위 영역 D)이다. 성-대응적 기후정책과 행동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식, 정보에 대한 접근과 소통을 통한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GAP 우선과제 영역 D에서 요구하는 모든 내용들8)은 이를 수집하고, 통합하여 전달하는 플랫폼 구축을 통해 시작할 수 있다.9)


성-대응적 기후정책과 행동의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상의 주요 조항들을 근거로 기후 행동 실천 과제를 모색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의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나라이다.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상세히 서술하며 국가 주도적이면서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로 함께 만드는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와 지방 단위의 탄소중립위원회 구성 시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원칙으로 한다. 위원회 구성이 원칙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필요시 여성과 청년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본법은 기후위기 사회안전망을 마련하여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들이 위기로 인한 재난에 처했을 때 현황 파악을 토대로 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되어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존의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효과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정책이 곧 예산이라고 할 때 재정지원에 관한 사항을 기후대응기금을 통해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평등 기후대응 사업과 이를 위한 재정적 요구와 지원 등에 관한 연구가 부재한 가운데 기후정책의 성주류화를 위한 계획은 요원한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방정부 단위의 관련 기관들의 연구와 분석에 입각한 구체적인 정책 요구가 시급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 정부는 2024년 3월 31일까지 제출하는 젠더행동계획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기후변화 대응의 성주류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다.10) GAP 국가보고서 제출도 하지 않고 관련 국제협력 선언문에 서명도 하지 않는 한국정부의 대응은 탄소중립기본법 상의 국제협력의 증진(제75조)과 국제규범 대응(제76조) 조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COP21의 ‘파리 협정’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공식, 비공식적 합의와 약속들이 수사 rhetoric 가 아닌 현실 reality 이 되도록 결정적인 연결고리가 될 성변혁적인 기후행동 Gender Transformative Climate Action 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결코 새롭지 않은, 그러나 행동에 옮겨지지 않은 실천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각주]

1) 정치학자.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남녀동등한 참여(동수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기본 원리임을 믿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여성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위한 관련 법 제·개정, 제도와 정책 수립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초빙교수,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헌법개정여성연대 운영위원, 한국YWCA연합회 제1부회장 등의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2)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예정된 폐막일(11.22.)에서 이틀이 지난 11월 24일 오전 10시 30분(한국 기준, 아제르바이잔 새벽 5시 30분) 경에 폐막하였다.

3) COP29 decisions deliver gains for gender equality in climate action, but more remains to be done.

https://www.unwomen.org/en/news-stories/news/2024/11/cop29-decisions-deliver-gains-for-gender-equality-in-climate-action-but-more-remains-to-be-done

4) 환경부(2016). 파리협정 길라잡이. pp.13-19.

5) https://www.unwomen.org/en/news-stories/op-ed/2022/11/op-ed-three-asks-on-gender-equality-to-cop27

6) Decision -/CP.29 Gender and climate change

https://unfccc.int/sites/default/files/resource/Information%20Session%20on%20Gender%20at%20COP29_.pdf

7) https://unfccc.int/process/parties-non-party-stakeholders/parties/national-focal-point

8) 기후 정책, 계획, 전략, 행동 등을 성-대응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성인지 예산에 대한 경험 공유 및 역량강화/기후 정책, 계획, 전략, 행동에 대한 젠더 통합 강화 촉진에 이용 가능한 재정적 및 기술적 지원 관련 인식 제고/ 여성과 여아의 과학, 기술, 연구 및 개발에 대한 완전한 참여와 리더십 강화/부문별 젠더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와 전문지식, 국가, 지역, 마을 등 모든 단위의 여성 단체와 여성 관련 국가기구의 기후 정책, 계획, 전략 및 행동 이행과 개발

9) 김은경(2024.12.). “성평등-대응적 (Gender-responsive)’ 기후정책과 행동; 이행을 위한 실천 과제 제안”. 국회정책보고서(미발 간).

10) 한국정부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성대응적 정의로운 전환과 기후행동 파트너십 COP28 GENDER-RESPONSIVE JUST TRANSITIONS AND CLIMATE ACTION PARTNERSHIP’에 참여하지 않았다. 동 파트너십은 82개국 대표들이 참여하여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성평등과 강화된 리마 워크 프로그램 LWPG 및 젠더행동계획 GAP의 목표를 진전시키는 공정하고 포괄적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한 선언이다. OECD 38개국 중 32개국이 참여하였으며, 그리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대한민국, 룩셈부르크, 튀르키예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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