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STEM 교육과 ODA 정책 시사점1)
윤혜민(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연구센터 전문연구원)2)
인기 있던 미국 TV쇼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종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네 남자가 중심이 되며, 극중 여성은 주로 가족이거나 소수의 동료로,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이 적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실제로 전 세계 STEM 분야 졸업자 중 여성의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STEM 교육이 미래산업 혁신과 개인 역량 개발에 미치는 역할을 감안한다면, 동 분야의 성별 격차 해소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 연구자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경제 성장을 위한 산업 발달과 기술 도입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에서 STEM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년별로 요구하는 수학·과학의 최소 숙달수준(MPL: Minimum Proficiency Level) 성별 격차는 고소득국보다 중·저소득국에서 더 크다(그림 1). 고등교육 수준에서도 우리나라 ODA 중점협력국의 STEM 분야 여성 졸업생 비율은 공학 28.1%, 과학·수학 51.9%, ICT 34.8%로 나타난다. 교육격차는 궁극적으로 고용 행태와 분야의 차이로 이어지는데, STEM 산업에 고소득 직종이 많음을 감안하면 이는 성별 소득 불평등을 영속시킨다는 점이 개발협력의 큰 도전과제로 남는다.
[그림1] 윤혜민,김영현(2024), 국가소득그룹별 수학,과학 MPL 성별 격차(단위:개국)
이러한 격차의 요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성별 형질의 차이로 여성은 인문·예술에 강하고 남성은 수학·과학에 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의 교육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밝혀진 이유는 사회적 인식과 교육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공 계열은 남성에게 더 어울린다는 편견, 교사와 부모가 학생의 성별에 따라 가지는 기대직업의 차이, 수학·과학 여교사 및 롤모델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 자료는 젠더 대응적(gender responsive) STEM 교육에 주목한다. 국가개발계획과 교육·ICT·과학 정책에 젠더를 고려한 목표를 포함하여 예산에 반영하며, 성 인지적 교수법과 성별 고정관념이 배제된 학습자료를 개발·활용하고 여성 교육자를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TEM 교육 및 취업의 성별 격차를 파악할 수 있는 성별·연령별 분리 통계의 수집과 분석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우리나라도 개발협력에서 젠더 대응적 STEM 교육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은 갖추어져 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과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성평등과 교육의 중요성을 명기하고 있으며, 올해 범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마련된 「국제개발협력 성평등 전략 및 이행 지침」에도 과학·기술 관련 교육과 직업훈련의 성별 격차 개선을 중점분야로 포함하고 있다.
상기의 정책을 사업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업 기획·수행 단계에서 젠더와 성평등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교육의 접근성과 품질 향상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성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적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혜자 구성은 사업대상지의 성비를 반영하고 여성 교사, 자문위원을 반드시 포함하며, 교육자료의 삽화와 사례에 남녀를 비슷한 비중으로 제시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주체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폭넓게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성평등한 STEM 교육에 대한 아젠다를 오랫동안 주창해 온 국제기구, 타 공여국과 협력한다면 전문지식, 기술, 재원을 공유하여 프로젝트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USAID의 ‘Engendering Industries’ 프로그램과 같이 교육과 일자리의 연계 시너지를 일으키는 민관파트너십도 강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아 STEM 인재 확보는 국가의 부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성주류화와 실효성 있는 평등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는 현재에 이에 대한 교육 기회와 환경을 남녀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개도국의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포용적인 사회 발전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젠더 대응적 STEM 교육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각주]
1) 본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동명의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40000&bid=0005&act=view&list_no=11319
2) 필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연구센터에서 ODA 정책·평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성평등 전략 및 이행 지침」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STEM 교육과 ODA 정책 시사점1)
윤혜민(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연구센터 전문연구원)2)
인기 있던 미국 TV쇼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종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네 남자가 중심이 되며, 극중 여성은 주로 가족이거나 소수의 동료로,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이 적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실제로 전 세계 STEM 분야 졸업자 중 여성의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STEM 교육이 미래산업 혁신과 개인 역량 개발에 미치는 역할을 감안한다면, 동 분야의 성별 격차 해소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 연구자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경제 성장을 위한 산업 발달과 기술 도입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에서 STEM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지만, 여성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년별로 요구하는 수학·과학의 최소 숙달수준(MPL: Minimum Proficiency Level) 성별 격차는 고소득국보다 중·저소득국에서 더 크다(그림 1). 고등교육 수준에서도 우리나라 ODA 중점협력국의 STEM 분야 여성 졸업생 비율은 공학 28.1%, 과학·수학 51.9%, ICT 34.8%로 나타난다. 교육격차는 궁극적으로 고용 행태와 분야의 차이로 이어지는데, STEM 산업에 고소득 직종이 많음을 감안하면 이는 성별 소득 불평등을 영속시킨다는 점이 개발협력의 큰 도전과제로 남는다.
[그림1] 윤혜민,김영현(2024), 국가소득그룹별 수학,과학 MPL 성별 격차(단위:개국)
이러한 격차의 요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성별 형질의 차이로 여성은 인문·예술에 강하고 남성은 수학·과학에 능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여성의 교육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밝혀진 이유는 사회적 인식과 교육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공 계열은 남성에게 더 어울린다는 편견, 교사와 부모가 학생의 성별에 따라 가지는 기대직업의 차이, 수학·과학 여교사 및 롤모델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 자료는 젠더 대응적(gender responsive) STEM 교육에 주목한다. 국가개발계획과 교육·ICT·과학 정책에 젠더를 고려한 목표를 포함하여 예산에 반영하며, 성 인지적 교수법과 성별 고정관념이 배제된 학습자료를 개발·활용하고 여성 교육자를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TEM 교육 및 취업의 성별 격차를 파악할 수 있는 성별·연령별 분리 통계의 수집과 분석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우리나라도 개발협력에서 젠더 대응적 STEM 교육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은 갖추어져 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과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성평등과 교육의 중요성을 명기하고 있으며, 올해 범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마련된 「국제개발협력 성평등 전략 및 이행 지침」에도 과학·기술 관련 교육과 직업훈련의 성별 격차 개선을 중점분야로 포함하고 있다.
상기의 정책을 사업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업 기획·수행 단계에서 젠더와 성평등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교육의 접근성과 품질 향상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성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사회적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혜자 구성은 사업대상지의 성비를 반영하고 여성 교사, 자문위원을 반드시 포함하며, 교육자료의 삽화와 사례에 남녀를 비슷한 비중으로 제시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아가 다양한 국제개발협력 주체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폭넓게 활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성평등한 STEM 교육에 대한 아젠다를 오랫동안 주창해 온 국제기구, 타 공여국과 협력한다면 전문지식, 기술, 재원을 공유하여 프로젝트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 USAID의 ‘Engendering Industries’ 프로그램과 같이 교육과 일자리의 연계 시너지를 일으키는 민관파트너십도 강화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아 STEM 인재 확보는 국가의 부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성주류화와 실효성 있는 평등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는 현재에 이에 대한 교육 기회와 환경을 남녀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개도국의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포용적인 사회 발전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젠더 대응적 STEM 교육이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각주]
1) 본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동명의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2040000&bid=0005&act=view&list_no=11319
2) 필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연구센터에서 ODA 정책·평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성평등 전략 및 이행 지침」 수립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