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글로벌 이슈] 젠더평등의 관점에서 17회 서울ODA국제회의 다시 읽기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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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평등의 관점에서 17회 서울 ODA 국제회의 다시 읽기

 

이소정 (두런두런 국제개발협력사업팀장)1)

 

외교부와 KOICA가 매년 공동 주최해 온 서울 ODA 국제회의가 지난 9월 4일 롯데호텔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을 주제로 개최되었다. SDG ‘마감시한’이 약 5년 앞으로 다가온 오늘날, 대부분의 SDG 목표가 애초의 약속대로 기한 내에 달성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 ODA 예산이 24년에 이어 25년에도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 귀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개발의 참여자이자 잠재적 주도자인 '미래세대'  를 직접 호명하는 이번 회의의 주제는 너무도 적절하게 설정되었다고 보인다. ‘미래세대’ 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말하든, 대중적으로 ‘MZ’라 불리는 청년 세대를 가리키든 - 실제 이 회의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모두 쓰였다 -, 국제개발이 그들을 어떠한 존재로 상정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는가에 따라 국제개발의 운명은 드라마틱하게 변해갈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주제의 적시성이 아마도 올해 서울회의가 유난히 성황을 이룬 이유의 한 가지일 것이다.

[그림1] 제17회 외교부 보도자료, 제17회 서울 ODA 국제회의 전경,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648933)


이번 제17회 서울 ODA 국제회의는 기조연설을 포함한 개회식 이후 1세션 ‘미래세대를 위한 개발협력 전략과 정책’·2세션 ‘미래세대를 위한 국제개발협력의 혁신적 모델’·3세션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희망과 도전’으로 이어졌고, 총 아홉명의 발표자들이 무대에 섰다. ‘미래세대를 위한’이라는 세션명에서 드러나듯 1세션과 2세션은 주로 개발협력의 공여기관 또는 공여국이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하여, 또는 이미 와 있는 그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미래’에 대해 소개하였다. 3세션에서는 청년 세대가 국제개발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그것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협력국과 공여국(한국)의 입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 글은 국제개발을 통한 젠더평등의 실현, 그리고 국제개발의 젠더주류화 관점에서 이번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과 그 함의를 정리함으로써 국제개발협력과 젠더평등의 ‘협력’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작은 참조점이 되고자 한다.


1세션, 전략과 정책


1세션에서 아세안과 한국 국립외교원의 발표자는 주로 각 기관의 국제개발 전략/정책을 소개하는 데 집중하였다. 아세안 사무차장 샷빈더 싱은 SDG와 연계된 역내 이니셔티브로서 ‘아세안 공동체 비젼 ASEAN Community Vision 2025’이 진행 중이며 순환경제와 디지털 전환이 그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젠더 관점에서 주목할 것은 SDG5 관련 아시아 역내 통계인 ‘ASEAN Gender Outlook’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사업 중인 실무자들이 참고하기에 유용한 자료로 보인다.2)

미래세대에 대해 구체적인 상(像)을 그리고 그들과의 실제 협업 프로젝트를 밝힌 것은 유엔여성기구였다. ‘인간’, ‘남성’, ‘여성’과 같은 명칭들이 그러하듯 ‘미래세대’ 역시 균일한 하나의 그룹이 아니다. 유엔여성기구 부총재 키르시 마디는 미래세대 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의 여성과 소녀에 주목하여 2030년까지 1억 명의 여성/소녀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3억 4천명의 여성/소녀가 극빈을 경험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2억3천 명의 여성/소녀가 굶주릴 것임을 경고하였다. 이들이 개발의 중심에 참여하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올봄 제68회 NGOCSW에는3) 전세계 4천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참여하여 젠더평등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며, 곧 있을 유엔미래정상회의(Summit of the Future)에서는 젠더평등을 기본 원칙의 하나로 삼는 선언서를 채택할 예정이다.4)그림

[그림2] KOICA 코이카 유튜브 ‘제17회 서울 ODA 국제회의’ 유엔여성기구의 발표 장면


2세션: 혁신적 모델


국제개발 종사자들은 늘 ‘우수사례(best practice)’와 ‘혁신적 해결(innovative solution)’로부터 배우고자 하며 동시에 자신들의 사업이 바로 그러한 것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혁신’의 간판을 건 2세션은 아마도 젠더를 포함한 국제개발 내 모든 분야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을 것이다.

 

혼합금융(blended finance) 네트워크 회사 컨버전스(Convergence)의 상임고문 리테쉬 타카르는 SDG라는 약속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5조 달러 중 현재 1조 달러만이 조달된 상태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남은 80%의 격차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 또한 에너지·기후변화·농업 등의 분야는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보건과 교육 쪽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분야별 파이낸싱 격차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 중에서 해당 발표는 첫 번째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혼합금융에 집중하였다. SDG의 원만한 수행을 위하여 공공자본이 쿠션 또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저소득국의 여러 위험들을 경감하기 위한 노력(현지 금융시장의 효율성 증대, 현지 민간 투자자의 역량 강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개선 등)을 기울여 민간자본이 함께 들어와 유의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일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혼합금융의 컨셉이다.

시간의 제약으로 발표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넘어간 자료 중에 분야별 민간자본 레버리징 비율이 있었는데, SDG5의 민간자본 비율은 1.6으로 17개 SDG목표 중 중간 정도에 위치하였다. 가장 높은 비율 2.0을 기록한 것은 SDG 9·11·15로 민간자본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들이었다. 그렇다면 민간자본의 ‘자연적’ 관심을 받기 어려운 개발분야들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금융의 유입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 역시 해당 발표에서 침묵을 통해 던진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국제개발처와 녹색기후기금에서는 주로 각 기관이 추진 중인 기술적 혁신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미국국제개발처는 ‘솔루션은 언제 누구에게서라도 나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개도국의 청년세대와 함께 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 DIV(development innovation venture)와 EPIC(exploratory programs and innovation competitions)을 진행 중이다. DIV는 개도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에 미국국제개발처가 10년간 투자하되 지분은 갖지 않음으로써 그 투자의 혜택이 온전히 해당 사회로 돌아가도록 하는 이벤트이다. EPIC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경진대회이다.

녹색기후기금 역시 새로운 금융/비즈니스 모델(혼합금융 포함)과 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집중시켜온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매우 인상적이면서 또 공감했던 것은 기후 파트너십을 확대할 것, 기후 임팩트가 모든 ODA 지출에서 고려될 것, 그리고 기업과 사회가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만 미래가 있다는 발언이었는데, ‘기후’를 ‘젠더평등’으로 바꾸어도 정확히 들어맞는 지적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추구될 수 있기 때문에 젠더와 환경은 동시에 주류화되어야 효과적이고 효율적일 것이다.

[사진3]출처: KOICA 코이카 유튜브, ‘제17회 서울ODA국제회의’ 2세션 현장 사진


3세션, 청년 세대의 목소리 


3세션에서는 드디어 이미 와 있는 미래세대인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모리셔스와 르완다, 그리고 대한민국 출신의 국제개발 관계자들인 이들의 발표는 크게 협력국의 입장에서의 미래세대 전략과 공여국 입장의 그것으로 나누어졌다. 협력국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미래세대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 교육 또는 인적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이 중요하며, 특히 그들이 온라인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ICT 역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리셔스 대학 박사과정생 케네스 마후니는 수원국의 니즈, 기대와 예상을 충분히 고려하며 수원국 국민들의 생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력을 강조하였다. 르완다 교육부 담당자 우미셰마 에메 베다스테는 미래세대의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개도국의 불완전한 인프라와 불안한 정치(2세션에서 자주 언급된 위험들) 등을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지속적인 개발, 특히 교육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유엔개발계획 DR콩코사무소장 박준우는 공여국이 현지 주민들의 리더십을 보좌하는 ‘아웃사이더’로 남아야 하며 개발협력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배움 역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국제개발협력의 선 자리, 갈 길

보시다시피 제17회 서울ODA국제회의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주제 설정은 시의적절하였고, 금융·신기술·기후변화와 같은 ‘첨단’개발 분야의 동향이 자세히 소개되었으며, 미래세대는 신기술에 (이미) 능하고 그것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서 낙관적으로 소환되었다. 반면 미래세대가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 즉 그들의 다양한 정체성과 강약점은 아직 분석되지 못했고 따라서 그들과 협업하는 현실적 전략 - 예를 들어 세대간(inter-generational) 협력에서의 조율(coordination) - 은 물음표로 남았다. 또한 이른바 신기술에는 거의 언제나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어 이미 불평등하게 배포되고 있으며 선하게도 악하게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제대로 지적되지 않았다. 특히 현존하는 불평등과 부정의가 적극적으로 교정되지 않는다면 신기술은 그것들을 오히려 엄청난 속도로 정당화하고 증폭시킬 것임은 아무리 경계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빈칸들은 어쩔 수 없이 국제개발, 적어도 대한민국 국제개발의 현 위치를 보여준다. 선 자리가 이와 같다면 갈 길은 어느 방향일까? 이날 미래세대의 여러 모습 중 하나를 그나마 구체적으로 그려낸 것이 유엔여성기구의 발표였던 것을 상기하면, 미래의 인간을 모호한 추상에서 살아 숨 쉬는 현실적 존재로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의 하나로 젠더 관점을 권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세션 패널도 ‘공여/협력’외 보다 다양한 기준-지역·젠더·정치경제적 맥락–도 적용하여 구성되었다면 미래세대는 더욱 풍부한 모습으로 현현하고 교육·신기술·기후변화와 미래세대가 갖는 관계도 다면적으로 분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아쉬움이 내년의 서울 ODA 국제회의에서는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각주]

1) 필자는 재생산건강/권리와 포괄적 성교육, 여성주의 리더십, 그리고 젠더평등 트레이닝 분야에서 일해왔으며, 현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에서 인도네시아 여성의 경제역량강화 지원 사업과 국내 개발협력실무자 젠더역량 강화 사업을 수행 중이다.
2) https://acwc.asean.org/resources/publications/asean-gender-outlook

3) https://ngocsw.org/ngocsw68/

4) 미래정상회의는 2024년 9월 22-23일에 뉴욕에서 개최되었으며 선언문은 현재 수정 중이다.
https://www.un.org/en/summit-of-the-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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