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부터 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유엔 플라스틱 오염 대응 협약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 및 유해물질 추방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Women's Caucus meeting이 진행되었다.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개발협력 젠더부문 정책-사업 통합적 역량강화」 사업 중 국제이벤트 참여 활동의 일환으로 회의에 참여했던 필자가 활동 후기를 보내왔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환경분야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본 회의에서 어떤 논의와 주장들이 있었는지 참가 활동 후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지구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 그 해결안의 완성을 향하여
김보연(노동환경건강연구소)1)
지구를 위협하는 세 가지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인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그리고 오염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Interlinked라고 한다). 기후 변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이상 수준으로의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말하며, 수년간의 극심한 날씨 변화와 해수면 상승을 일으켰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자원 채취로 인해 다양한 생물 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의미하며, 생태계의 불안정성, 나아가 인류의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오염은 대기, 수질, 토양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의 축적으로 인해 환경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며, 국제적인 협약과 정책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왔으나, 이제는 오염 문제, 특히 세 가지 위기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UN 환경계획 (UNEP, UN Environmental Programme)은 플라스틱의의 전 주기에 걸친 오염을 해결하기 위하여 2022년 제 5차 UN 환경 회의에서 175개국 만장일치로 5/14 결의문(UNEA Resolution 5/14)을 발표하고 2022년 부터 2024년까지 5개의 정부간 협상 위원회 (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를 개최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정하였고, 2023년까지 3차례 INC가 개최되었으며, 2024년 4월 23일부터 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INC-4에 이어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세부 논의를 끝내고 협약을 성안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UNEP에서 인증받은 NGO이자, 국제 유해물질 추방 네트워크 (IPEN, International Pollutants Elimination Network)와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Break Free From Plastic)의 연대 기관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대표하여 제 4차 정부간 협상 위원회(INC-4)에 이해관계자 (stakeholder)이자 참관인(observer)으로 참여하였으며, 아직 인증받지 못한 국내 환경 단체들도 연구소의 이름으로 초청(Nomination)하여 총 9명의 한국 시민단체 대표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4차 회의에는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등 약 2,555명이 참석하여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2)
이 의미있는 이벤트에 마침맞게 오픈된 국내 국제개발협력 실무자 또는 관계자의 성평등/젠더 관련 해외 이벤트 참여를 지원하여 국제개발의 성주류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배움에 기여하고 성평등 실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의 글로벌 성평등 이벤트 참여 지원사업 공모에 필자가 선발되어, INC-4 회기 중 참관인 참석이 가능한 총회 (Plenary)와 컨택 그룹 (Contact Group) 회의, 지역 회의 (Regional Meeting), 소그룹 (Sub Group)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특히 회기 중 젠더와 플라스틱 이슈를 다루는 행사들인 IPEN의 Women's Caucus 회의에서 한국과 아시아에서 수집된 화장품에서의 중금속과 플라스틱 첨가제 (수은, 과불화 화합물) 검출 내용에 대해서 발표했고, 각국의 여성 대표단과 함께한 UN Women’s Major Group 오찬 행사,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국제 웨이스트 피커 연합의 The last frontier: Waste Pickers against Environmental Contamination by Plastic Waste 사이드 이벤트 등에도 참여했다.

[그림 1] INC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와 사무국이 총회(Plenary)를 주관하고 있다. (IISD Earth Negotiation Bulletin)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 4차 정부간 협상 위원회 (INC-4, Fourth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to develop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on plastic pollution, including in the marine environment)는 각 국의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과학자,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플라스틱 협약의 세부 규제와 이행, 그리고 재원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다.
회기 7일 내내 1) 처음 결의안이 채택될 때 논의되던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협상안에 포함된 플라스틱의 추출과 생산, 사용 (Upstream, 업스트림)을 감축하기 위한 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플라스틱 오염, 즉 재활용을 포함한 제품 사용 후 관리 및 처리(Downstream, 다운스트림)에 대한 논의로 집중시키려는 일부 국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 2)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협약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동등한 구속력을 가지는 (Top-down) 방식의 규제를 채택하려는 애초의 논의에 반해 국가별 상황에 맞춰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가지는 (Bottom-up) 방식이 일부 국가에 의해 강화되는 것, 3) 플라스틱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별도의 재정기구를 설립하고, 플라스틱 문제에 역사적으로 책임이 있는 국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해야 하고 (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역량 수립 (Capacity Building)을 위한 기술 이전 등의 주로 개도국이 중심이 된 주장에 반해 이미 조성돼 있는 지구환경기금 (GEF, Global Environmental Fund)를 활용하고, 플라스틱 관련 기술의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자는 재원과 기술에 대한 이견차가 심화되는 것, 이 세가지의 주요 쟁점을 포함한 다양한 쟁점들이 팽팽하게 대치하였다.
크게 보면 산유국, 플라스틱 제품 생산국, 소비국, 그리고 중간국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국가들이 세부적으로는 각자 모두 다른 입장을 가지고, 그러나 자국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방어한다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위해서, 공식적으로 그리고 물밑에서 양자간 혹은 다자간 만남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로서 학계, 청소년, 환경단체, 여성단체, 원주민 단체, 플라스틱 산업계3)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플라스틱 산업 연합체와 각국 정부 대표단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협약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이루어지는 회의 사이사이에 짬을 내어 분주히 만남을 가졌다.
필자도 한국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대응 시민사회 연합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플뿌리 연대’ 참관인들과 따로 또 같이 환경부, 외교부, 부산시, 산업계 등 한국의 대표단과 만남을 갖고 서로의 시각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을 뿐 아니라, 국제 시민단체, 여러 나라의 과학자, 타 정부 대표단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도 꾸준히 의견과 정보를 교환했다.

[그림 2] 컨택 그룹에 정부 대표단이 모여 다자간 회의를 하고 있다. (IISD Earth Negotiation Bulletin)
4차 협상위원회는 2개의 컨택 그룹과 소그룹으로 나누어져 협약의 주요 내용과 이행 방안을 논의하였으나, 안타깝게도 4차의 결과로 논의가 정돈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2차 의 결과인 협약 초안(Zero Draft)은 31장이었으나, 3차의 수정 초안(Revised Zero Draft)은 69장이었으며, 4차의 통합 초안(Compilation Draft)는 77장에 달하며, 합의되지 못하여 괄호(Bracket)안에 남아있는 단어 및 문장만 3,686개에 달해 4차 회의의 최우선 과제였던 논의의 간소화에는 명백히 실패했다. 이에 최종 총회에서 피지 대표단이 “부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며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Break free from plastic)와 괄호에서 벗어나기(break free from Bracket)가 필요하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후 환호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튿날 새벽 3시가 넘겨서 끝난 4월 29일 최종 총회(Closing Plenary)에서 INC-5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쟁점사안이 산적해 있음에 공감하고,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INC-5 이전에 두 개의 전문가 그룹을 통한 회기간 작업(ad hoc intersessional open-ended expert groups)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이행 수단, 재정 지원 및 협약 내 규제대상 선정 기준과 제품 디자인 등 과학·기술적 분야에 논의가 이루어지고, 법률문안그룹(Legal Draft Group)에 대한 위임이 이루어져 향후 합의되는 문안에 대해 법적 검토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50여개국의 대표단이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에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점은 꽤나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INC-4에 대해 회기 후의 평가, 특히 부산에서 연내에 최종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 혹은 결의는 엇갈린다. 6월 17일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에서 신케비치우스 EU 집행위원은 “일부 국가들의 지연 전술에도 불구하고 협약문이 일부 진전에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현 속도로는 오는 11월 열릴 INC-5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평가하였다. 4차 회의 폐막 직후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과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각각 “각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헌신과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협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각국은 부산에서 협약 문서의 최종 조항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며 협약 성안을 위한 결의를 밝혔다.
INC-4 이후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둘러싼 각국의 온도차는 더 커지고 있다. EU와 태평양 도서국 그리고 남미 국가 등으로 구성된 우호국 연합 (HAC, High Ambition Coalition)은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구체적 감축목표와 년도가 설정되며, 1차 폴리머를 포함하여 플라스틱의 생애 전주기가 규제하고자 한다. 호주와 덴마크 등 29개국은 ‘Bridge to Busan’ 선언을 발표하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Primary Plastic Polymer)의 생산량을 규제를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으로 구성된 유사입장 그룹 (LMG, Like-minded Group)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며, 국가별 재량에 따라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수립하자고 한다. 3,686개의 괄호가 보여주듯, 협약의 거의 모든 문항이 쟁점 사항인 것이다.
UNEA 결의 5/14에 따라 2024년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서 협약의 범위 등에 대해 합의하고 진전시켜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국가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모든 옵션을 괄호에 넣은 후, 이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회기간 작업과 INC-5에 모두 넘겨버린 것은 협상이 아닌 미약한 수준의 타협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 폐기물 관리 시스템 개선, 해양과 육상 생태계 보호를 위한 오염 방지 대책 등 주요 사항을 최소한의 합의로 넘기게 되면, 결국 졸속 협약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올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연내 성안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안드레아스 델 카스티요는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회의는) 매우 약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며 “아예 성안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4)
이 모든 어려움과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성공적 협약 체결은 국제적 협력과 정책적 대응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자, 나아가 지구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의 해결안이 어떻게 완성될지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협약 체결과 이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각주
1)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험실과 분석장비를 갖춘 연구 기반 NGO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연구하며, 특히 아시아 각국에서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통한 연구를 중심으로 한 협력 사업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2) UNEP INC-4 Secretariat
3) 196명이 참가하여, EU 대표단 전체보다 많았다.(CIEL,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4) Climate Home News (기후전문매체)
지구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 그 해결안의 완성을 향하여
김보연(노동환경건강연구소)1)
지구를 위협하는 세 가지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인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그리고 오염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다 (Interlinked라고 한다). 기후 변화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이상 수준으로의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말하며, 수년간의 극심한 날씨 변화와 해수면 상승을 일으켰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과도한 자원 채취로 인해 다양한 생물 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의미하며, 생태계의 불안정성, 나아가 인류의 식량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오염은 대기, 수질, 토양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의 축적으로 인해 환경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간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며, 국제적인 협약과 정책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왔으나, 이제는 오염 문제, 특히 세 가지 위기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플라스틱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UN 환경계획 (UNEP, UN Environmental Programme)은 플라스틱의의 전 주기에 걸친 오염을 해결하기 위하여 2022년 제 5차 UN 환경 회의에서 175개국 만장일치로 5/14 결의문(UNEA Resolution 5/14)을 발표하고 2022년 부터 2024년까지 5개의 정부간 협상 위원회 (INC,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를 개최하고,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정하였고, 2023년까지 3차례 INC가 개최되었으며, 2024년 4월 23일부터 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INC-4에 이어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세부 논의를 끝내고 협약을 성안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UNEP에서 인증받은 NGO이자, 국제 유해물질 추방 네트워크 (IPEN, International Pollutants Elimination Network)와 플라스틱추방연대(BFFP, Break Free From Plastic)의 연대 기관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대표하여 제 4차 정부간 협상 위원회(INC-4)에 이해관계자 (stakeholder)이자 참관인(observer)으로 참여하였으며, 아직 인증받지 못한 국내 환경 단체들도 연구소의 이름으로 초청(Nomination)하여 총 9명의 한국 시민단체 대표들도 함께 할 수 있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4차 회의에는 170여개국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등 약 2,555명이 참석하여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2)
이 의미있는 이벤트에 마침맞게 오픈된 국내 국제개발협력 실무자 또는 관계자의 성평등/젠더 관련 해외 이벤트 참여를 지원하여 국제개발의 성주류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배움에 기여하고 성평등 실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고자 하는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의 글로벌 성평등 이벤트 참여 지원사업 공모에 필자가 선발되어, INC-4 회기 중 참관인 참석이 가능한 총회 (Plenary)와 컨택 그룹 (Contact Group) 회의, 지역 회의 (Regional Meeting), 소그룹 (Sub Group)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특히 회기 중 젠더와 플라스틱 이슈를 다루는 행사들인 IPEN의 Women's Caucus 회의에서 한국과 아시아에서 수집된 화장품에서의 중금속과 플라스틱 첨가제 (수은, 과불화 화합물) 검출 내용에 대해서 발표했고, 각국의 여성 대표단과 함께한 UN Women’s Major Group 오찬 행사,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국제 웨이스트 피커 연합의 The last frontier: Waste Pickers against Environmental Contamination by Plastic Waste 사이드 이벤트 등에도 참여했다.
[그림 1] INC 의장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와 사무국이 총회(Plenary)를 주관하고 있다. (IISD Earth Negotiation Bulletin)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 4차 정부간 협상 위원회 (INC-4, Fourth 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 to develop an international legally binding instrument on plastic pollution, including in the marine environment)는 각 국의 정부 대표단과 이해관계자(과학자,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모여 플라스틱 협약의 세부 규제와 이행, 그리고 재원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다.
회기 7일 내내 1) 처음 결의안이 채택될 때 논의되던 플라스틱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협상안에 포함된 플라스틱의 추출과 생산, 사용 (Upstream, 업스트림)을 감축하기 위한 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플라스틱 오염, 즉 재활용을 포함한 제품 사용 후 관리 및 처리(Downstream, 다운스트림)에 대한 논의로 집중시키려는 일부 국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 2)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협약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동등한 구속력을 가지는 (Top-down) 방식의 규제를 채택하려는 애초의 논의에 반해 국가별 상황에 맞춰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가지는 (Bottom-up) 방식이 일부 국가에 의해 강화되는 것, 3) 플라스틱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별도의 재정기구를 설립하고, 플라스틱 문제에 역사적으로 책임이 있는 국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해야 하고 (CBDR, 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역량 수립 (Capacity Building)을 위한 기술 이전 등의 주로 개도국이 중심이 된 주장에 반해 이미 조성돼 있는 지구환경기금 (GEF, Global Environmental Fund)를 활용하고, 플라스틱 관련 기술의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자는 재원과 기술에 대한 이견차가 심화되는 것, 이 세가지의 주요 쟁점을 포함한 다양한 쟁점들이 팽팽하게 대치하였다.
크게 보면 산유국, 플라스틱 제품 생산국, 소비국, 그리고 중간국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국가들이 세부적으로는 각자 모두 다른 입장을 가지고, 그러나 자국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방어한다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위해서, 공식적으로 그리고 물밑에서 양자간 혹은 다자간 만남을 가졌을 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로서 학계, 청소년, 환경단체, 여성단체, 원주민 단체, 플라스틱 산업계3)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플라스틱 산업 연합체와 각국 정부 대표단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협약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이루어지는 회의 사이사이에 짬을 내어 분주히 만남을 가졌다.
필자도 한국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 대응 시민사회 연합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플뿌리 연대’ 참관인들과 따로 또 같이 환경부, 외교부, 부산시, 산업계 등 한국의 대표단과 만남을 갖고 서로의 시각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을 뿐 아니라, 국제 시민단체, 여러 나라의 과학자, 타 정부 대표단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도 꾸준히 의견과 정보를 교환했다.
[그림 2] 컨택 그룹에 정부 대표단이 모여 다자간 회의를 하고 있다. (IISD Earth Negotiation Bulletin)
4차 협상위원회는 2개의 컨택 그룹과 소그룹으로 나누어져 협약의 주요 내용과 이행 방안을 논의하였으나, 안타깝게도 4차의 결과로 논의가 정돈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2차 의 결과인 협약 초안(Zero Draft)은 31장이었으나, 3차의 수정 초안(Revised Zero Draft)은 69장이었으며, 4차의 통합 초안(Compilation Draft)는 77장에 달하며, 합의되지 못하여 괄호(Bracket)안에 남아있는 단어 및 문장만 3,686개에 달해 4차 회의의 최우선 과제였던 논의의 간소화에는 명백히 실패했다. 이에 최종 총회에서 피지 대표단이 “부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해야 한다”며 “플라스틱에서 벗어나기(Break free from plastic)와 괄호에서 벗어나기(break free from Bracket)가 필요하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후 환호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튿날 새벽 3시가 넘겨서 끝난 4월 29일 최종 총회(Closing Plenary)에서 INC-5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쟁점사안이 산적해 있음에 공감하고,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INC-5 이전에 두 개의 전문가 그룹을 통한 회기간 작업(ad hoc intersessional open-ended expert groups)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이행 수단, 재정 지원 및 협약 내 규제대상 선정 기준과 제품 디자인 등 과학·기술적 분야에 논의가 이루어지고, 법률문안그룹(Legal Draft Group)에 대한 위임이 이루어져 향후 합의되는 문안에 대해 법적 검토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50여개국의 대표단이 주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에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점은 꽤나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INC-4에 대해 회기 후의 평가, 특히 부산에서 연내에 최종적으로 타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 혹은 결의는 엇갈린다. 6월 17일 EU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에서 신케비치우스 EU 집행위원은 “일부 국가들의 지연 전술에도 불구하고 협약문이 일부 진전에 성공했다”고 하면서도 “현 속도로는 오는 11월 열릴 INC-5에서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 평가하였다. 4차 회의 폐막 직후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과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각각 “각국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헌신과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 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협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각국은 부산에서 협약 문서의 최종 조항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며 협약 성안을 위한 결의를 밝혔다.
INC-4 이후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둘러싼 각국의 온도차는 더 커지고 있다. EU와 태평양 도서국 그리고 남미 국가 등으로 구성된 우호국 연합 (HAC, High Ambition Coalition)은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구체적 감축목표와 년도가 설정되며, 1차 폴리머를 포함하여 플라스틱의 생애 전주기가 규제하고자 한다. 호주와 덴마크 등 29개국은 ‘Bridge to Busan’ 선언을 발표하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Primary Plastic Polymer)의 생산량을 규제를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으로 구성된 유사입장 그룹 (LMG, Like-minded Group)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아닌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며, 국가별 재량에 따라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수립하자고 한다. 3,686개의 괄호가 보여주듯, 협약의 거의 모든 문항이 쟁점 사항인 것이다.
UNEA 결의 5/14에 따라 2024년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서 협약의 범위 등에 대해 합의하고 진전시켜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국가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모든 옵션을 괄호에 넣은 후, 이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은 회기간 작업과 INC-5에 모두 넘겨버린 것은 협상이 아닌 미약한 수준의 타협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 폐기물 관리 시스템 개선, 해양과 육상 생태계 보호를 위한 오염 방지 대책 등 주요 사항을 최소한의 합의로 넘기게 되면, 결국 졸속 협약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올해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연내 성안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안드레아스 델 카스티요는 “(부산에서 열릴 마지막 회의는) 매우 약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며 “아예 성안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4)
이 모든 어려움과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성공적 협약 체결은 국제적 협력과 정책적 대응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이자, 나아가 지구가 직면한 세 가지 위기의 해결안이 어떻게 완성될지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협약 체결과 이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각주
1)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험실과 분석장비를 갖춘 연구 기반 NGO인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연구하며, 특히 아시아 각국에서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통한 연구를 중심으로 한 협력 사업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2) UNEP INC-4 Secretariat
3) 196명이 참가하여, EU 대표단 전체보다 많았다.(CIEL, 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4) Climate Home News (기후전문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