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남성성 규범에서 벗어나는 남성해방
황희아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활동가1)

[그림 1] 도서 남성해방, 교보문고
《남성 해방(Why Feminism is Good For Men)》의 저자 옌스 판트리흐트(Jens van Tricht)는 1990년대에 ‘여성학과에 남성은 어디 있지?’라는 포스터를 보고 여성학이 남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하기 위하여 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남성과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전환시키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하여 네덜란드 단체 이맨시페이터Emancipator2)를 창립하였고, 멘인게이지MenEngage Global Alliance3)의 이사도 겸임하고 있으며 IMAGINE toolkit4)을 제작하여 성(性)의 고정관념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판트리흐트는 가부장 제도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이기에 성역할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페미니즘의 이론이자 실천이며 ‘젠더’는 남성성/여성성 개념 구분이 아니라 ‘인간성’으로 묶어 개념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젠더는 여성이나 남성의 신체와 연관된 여성성 또는 남성성 이미지가 아니라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성이란 무엇일까? 판트리흐트가 젠더 연구의 중요한 저서라고 말하는 레윈 코넬의 《남성성들》에서 남성성은 젠더 관계 속의 장소이자, 그 장소에서 남녀가 관여하는 실천이고, 그런 실천이 육체적 경험, 인격, 문화에서 만들어내는 효과라고 정의되며 남녀가 젠더화된 삶을 살아가는 과정과 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레윈 코넬이 관계에 집중하는 것은 어떤 남성성도 젠더 관계의 체계를 벗어나서 생기지 않으며 ‘남성성’은 ‘여성성’과 견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트리흐트는 백인, 이성애자, 대졸, 서구인, 중산층, 건장한 중년만을 남성성으로 개념화한 것과, 중심적 부류에 내포되지 않는 왜소한 남성, 이주 남성, 퀴어 남성은 남성성에서 주변화된다고 지적하였다. 지배계층에서 비롯된 정형화된 남성성은 강인함, 대범함, 단호함 등의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여성성과 차이를 만들었고 남성성의 전형적인 행위에서 벗어난 남성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런 남성성은 ‘아버지’, ‘아들’의 역할과 ‘국가·인종·퀴어’의 다색적인 경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다움fatherhood의 책임감을 강조한 판트리흐트는, 남성의 가사노동, 육아 및 가족의 돌봄과 함께 변화된 남성성이 동반되면 아이들은 가정에서 균형을 갖춘 새로운 아버지의 역할을 보게 되고 이는 사회적 변화 모델로 작동한다고 언급한다.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한국의 생활광고 속의 남성 이미지를 추적한 연구에서, 200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고 남성성의 유형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김재희·김문영, 2018). 이는 계급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남성성이 맨박스Man box에 갇혀 악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성별 이분법의 범주를 벗어나 다채로운 방향으로 부단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 과정에서 개성과 자유가 인정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판트리흐트는 ‘어떤 남성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남성 안에서의 특징들을 구분하고 경계를 나눈다면 그 안에서 주류/비주류가 생기게 되어 차별과 동시에 억압적인 행위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건 여성들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젠더에 동일하게 작용한다.
저자는 ‘적대’가 아닌 ‘연대’의 중요성을 나열하는데, 페미니즘과 해방이 전적으로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으며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필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뒷받침되는 논거로 남성권력의 제도적, 상징적, 성격적 표지로서 남성성이 위기에 처해있다면 그 반대급부로서 여성성이 재평가되고 여성권력이 강화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현실은 ‘동반침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이명호, 2009고 해석한 연구가 있다. 즉, 페미니즘과 남성을 반대 진영에 있다고 간주한다면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남성 해방》은 페미니즘이 남성에게 이롭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목적지이며, 남성이 스스로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갇혀버린 관념을 바꾸고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1) 코이카 일반봉사단 파견을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에서 활동하며 대학원에서 개발도상국 여성의 역량 강화 활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 https://www.emancipator.nl/
3) https://menengage.org/about/
4) 이맨시페이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가능하다.
참고문헌
- 김재희·김문명(2018), “생활광고에 나타난 남성성 변화에 대한 분석 -2000년부터 2017년까지의 생활 CF를 중심으로-”,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 제34권, 76-77쪽.
- 레윈 코넬(2013), 『남성성들』, 안상욱·현민(역), 서울: 이매진(Raewyn Connell(2005) Masculinities), 112-116쪽.
- 이명호(2009), “남성, 남성성, 페미니스트 이론”, 『영미문학페미니즘』, 제17권 1호,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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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 규범에서 벗어나는 남성해방
황희아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 활동가1)
[그림 1] 도서 남성해방, 교보문고
《남성 해방(Why Feminism is Good For Men)》의 저자 옌스 판트리흐트(Jens van Tricht)는 1990년대에 ‘여성학과에 남성은 어디 있지?’라는 포스터를 보고 여성학이 남성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하기 위하여 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 여성학을 전공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남성과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을 전환시키고 성평등을 이루기 위하여 네덜란드 단체 이맨시페이터Emancipator2)를 창립하였고, 멘인게이지MenEngage Global Alliance3)의 이사도 겸임하고 있으며 IMAGINE toolkit4)을 제작하여 성(性)의 고정관념 변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판트리흐트는 가부장 제도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이기에 성역할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페미니즘의 이론이자 실천이며 ‘젠더’는 남성성/여성성 개념 구분이 아니라 ‘인간성’으로 묶어 개념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젠더는 여성이나 남성의 신체와 연관된 여성성 또는 남성성 이미지가 아니라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성이란 무엇일까? 판트리흐트가 젠더 연구의 중요한 저서라고 말하는 레윈 코넬의 《남성성들》에서 남성성은 젠더 관계 속의 장소이자, 그 장소에서 남녀가 관여하는 실천이고, 그런 실천이 육체적 경험, 인격, 문화에서 만들어내는 효과라고 정의되며 남녀가 젠더화된 삶을 살아가는 과정과 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레윈 코넬이 관계에 집중하는 것은 어떤 남성성도 젠더 관계의 체계를 벗어나서 생기지 않으며 ‘남성성’은 ‘여성성’과 견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트리흐트는 백인, 이성애자, 대졸, 서구인, 중산층, 건장한 중년만을 남성성으로 개념화한 것과, 중심적 부류에 내포되지 않는 왜소한 남성, 이주 남성, 퀴어 남성은 남성성에서 주변화된다고 지적하였다. 지배계층에서 비롯된 정형화된 남성성은 강인함, 대범함, 단호함 등의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여성성과 차이를 만들었고 남성성의 전형적인 행위에서 벗어난 남성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또한 이런 남성성은 ‘아버지’, ‘아들’의 역할과 ‘국가·인종·퀴어’의 다색적인 경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다움fatherhood의 책임감을 강조한 판트리흐트는, 남성의 가사노동, 육아 및 가족의 돌봄과 함께 변화된 남성성이 동반되면 아이들은 가정에서 균형을 갖춘 새로운 아버지의 역할을 보게 되고 이는 사회적 변화 모델로 작동한다고 언급한다.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한국의 생활광고 속의 남성 이미지를 추적한 연구에서, 2000년대에 비해 2010년대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경계가 점차 모호해졌고 남성성의 유형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김재희·김문영, 2018). 이는 계급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남성성이 맨박스Man box에 갇혀 악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성별 이분법의 범주를 벗어나 다채로운 방향으로 부단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 과정에서 개성과 자유가 인정되고 있었음을 반증한다.
판트리흐트는 ‘어떤 남성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남성 안에서의 특징들을 구분하고 경계를 나눈다면 그 안에서 주류/비주류가 생기게 되어 차별과 동시에 억압적인 행위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건 여성들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젠더에 동일하게 작용한다.
저자는 ‘적대’가 아닌 ‘연대’의 중요성을 나열하는데, 페미니즘과 해방이 전적으로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으며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가 필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뒷받침되는 논거로 남성권력의 제도적, 상징적, 성격적 표지로서 남성성이 위기에 처해있다면 그 반대급부로서 여성성이 재평가되고 여성권력이 강화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현실은 ‘동반침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이명호, 2009고 해석한 연구가 있다. 즉, 페미니즘과 남성을 반대 진영에 있다고 간주한다면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남성 해방》은 페미니즘이 남성에게 이롭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목적지이며, 남성이 스스로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갇혀버린 관념을 바꾸고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1) 코이카 일반봉사단 파견을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 아시아위민브릿지 두런두런에서 활동하며 대학원에서 개발도상국 여성의 역량 강화 활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 https://www.emancipator.nl/
3) https://menengage.org/about/
4) 이맨시페이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가능하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