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브리프/리뷰] '세계 여성의 날', 상투적인 시간을 넘는 방법

사무국
2023-05-08
리뷰 

'세계 여성의 날', 상투적인 시간을 넘는 방법


권연재1)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현재 필자가 거주 중인 호주 멜버른에서의 그 흔적과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인구수는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2021년에는 500만 명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호주 최대의 도시가 될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2) 도시 곳곳에서 기반시설, 교육, 서비스 등을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도시다. 성평등 부분에서의 성적은 어떨까. 월드뱅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고위 및 중간 관리직 부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31%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며,3) 매년 OECD를 통해 발표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측정하는 국가 간 척도인 SIGI(Social Institution and Gender Index)는 16으로 23을 기록한 한국보다 순위가 높다.4)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호주 사회의 성차별과 관련된 데이터와 자료들도 활발하게 공개되고 있기도 하며, 이러한 주제들은 기회가 된다면 다음 글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난 3월 8일, 호주 멜버른에서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졌다. 작게는 동 단위 커뮤니티가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지역 도서관에 모여 티타임을 갖기도 하고, 수백 명의 노동조합 활동가와 젠더 및 퀴어 활동가들이 행진을 했다. 특히 이번 행진에는 이란 공동체의 참여로 가부장제 억압에 반대하는 여성 운동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행진의 테마 중 하나는 “더 이상 컵케이크와 모닝티는 그만 – 우리는 가부장제를 분쇄해야 합니다 (One of the themes was “No more cupcakes and morning teas: we need to smash the patriarchy)” 였으며 발언대의 연사들은 전 세계와 직장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강조했다.5) 

또한 멜버른의 가장 큰 종합대학교인 멜버른 대학교는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대학이 기여한 수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 여성학자의 수는 부교수의 경우 2020년 39%에서 2022년 44%로, 교수의 경우 2020년 32%에서 2022년 35%로 증가했으며 지난 2년 동안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교수와 부교수로 승진했다. 또한 여성이 선출직에 출마하고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술, 지식, 네트워크를 활용한 ‘Pathways to Politics Program’을 운영한다고 밝혔다.6)


[그림 1] We Are Union-Women이 조직한 수백 명의 노동조합 활동가와 젠더 및 퀴어 활동가들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행진하고 있다.(ⓒ www.greenleft.org.au)

지역사회의 확실한 활동 뿐 아니라 다양한 칼럼과 기사가 게재되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IWDA(International Women’s Development Agency) 의 칼럼이 눈에 띈다. IWDA는 호주 외교통상부(Austral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의 지원을 받고 있는 멜버른에 위치한 NGO로 양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국제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IWDA는 이번 여성의 날 캠페인 키워드인 #EmbraceEquity의 확산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웹사이트를 분석했다. 개인 회사가 운영하고 기업 후원자들이 후원하는 웹사이트인 “internationalwomensday.com”의 기업 친화적인 주제와 해쉬태그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껴안는 사진으로 가득 차 있는 소셜 미디어 피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7)


[그림 2]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 www.internationalwomensday.com)

실제로 위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들에는 ‘세계여성의 날’과 관련된 어떤 사실도 알기 어려웠다. 이를테면 ‘세계여성의 날’의 시작과 의미는 무엇인지, 매년 UN을 통해 발표되는 불평등에 관한 각종 통계와 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이 내야 할 목소리가 무엇이고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어떤 사회문제에 주목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

 

반면, IWDA는 여성의 날에 관한 팩트 시트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과 실천해야 할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젠더 불평등, 성차별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제공했다.8)

 

매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이벤트나 이미지들로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까. 상투적인 시간을 넘어 모두를 위한 권리와 진정한 평등을 위해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AI도 그러한 정보를 학습하고 있지 않은가.


[그림 3]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세계여성의 날 팩트시트로, 

소셜 미디어 업로드나 인쇄가 가능한 포스터 형태이다.

세계여성의 날의 역사와 의미, 우리가 알아야 할 문제들과 

참여 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 IWDA)


1) 성평등 기자단으로, 지난 13년간 비영리 활동가로서 환경, 아동, 젠더 및 시민사회 지원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며 여러 사회적 관점, 특히 화학물질 및 젠더 이슈를 기반으로 개발협력 사업 및 국제 거버넌스와 관련된 개인 연구 및 지역사회 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

2) 연합뉴스, 2023-01-06."호주 최대 도시,10년 뒤엔 시드니 아닌 멜버른“,

https://www.yna.co.kr/view/AKR20230106081000104?input=1195m

3) https://data.worldbank.org/country/australia

4) https://data.oecd.org/inequality/social-institutions-and-gender.htm#indicator-chart

5) https://www.greenleft.org.au/content/unionists-rally-international-womens-day

6) https://www.unimelb.edu.au/newsroom/news/2023/march/university-of-melbourne-celebrates-international-womens-day-2023

7) IWDA에 게재된 칼럼, <HERE’S WHY WE’RE SAYING NO TO #EMBRACEEQUITY THIS

INTERNATIONAL WOMEN’S DAY>

- https://iwda.org.au/heres-why-were-saying-no-to-embraceequity-this-international-womens-day/

8) https://iwda.org.au/gender-equality-in-numbers/